[시론] 통계자료도 없는 전·월세 관리

3월돼야 거래정보시스템 구축 … 중개사協 활용 시의성 확보를
친서민 정책과 공정사회가 올해도 국정운영의 중심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친서민 정책은 서민을 따뜻하게 한다는 뜻을 담고 있지만 무주택 서민들은 치솟는 물가와 전셋값 상승으로 근심이 많다. 매서운 한파에도 전세시장은 지속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 당국의 근원적인 처방은 보이지 않는다.

전셋값 상승과 함께 지난해 12월 생산자 물가 상승률이 전년 같은 달에 비해 5.3% 올라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마저 높다.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린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전국 전셋값은 7.1% 치솟았다. 무주택 서민들은 한꺼번에 수천만원씩 오른 전세금 마련에 쩔쩔매거나 싼 집을 찾아 이사하는 실정이다. 전세난은 우리 사회의 오랜 고질병이다. 공급자인 집주인 위주의 시장이 빚은 현상으로 세입자가 대응하기 힘들다. 일정 부분 계절적이고 지역적인 것이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 있다. 예를 들면 아파트는 분양에서 입주까지 보통 3년이 걸리지만 전세는 2년 단위로 계약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임대보증금 인상 한도가 정해져 있으나 주인이 이를 어긴다고 제재를 받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안책의 하나로 한시적으로 전세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는 방법과 전셋값 인상 상한선을 두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 상한선은 지난 2년간 물가상승률의 1.5배 정도로 하면 적절할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2011년 국토부의 보금자리 분양주택 사업비는 작년보다 85% 늘어난 4조2064억여원이다.

반면에 임대주택은 6조6729억여원에서 5조2708억여원으로 21% 줄었다. 정부가 올해 내년보다 분양과 임대주택 물량을 1만5000가구씩 늘릴 계획이지만 임대주택의 경우 예산부터 줄어든 만큼 제대로 공급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국토부의 전세대책으로는 재건축 · 재개발 시기 조정과 도시형생활주택 공급 확대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전세난의 적절한 해법이 될 수 없다. 15~50㎡ 규모의 1~2인 가구를 위한 공간이지,3~4인 가족이 생활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서민 주거안정의 대의명분을 살려 그린벨트를 허물어가며 짓고 있는 보금자리주택 공급정책은 이제라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임기 내 손댈 수 없는 '성역'이라 떠받드는 건 곤란하다. 무주택 서민에겐 분양주택보다 장기임대주택이 보다 현실적인 정책이다. 특단의 조치로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하는 만큼 임대주택으로 바꿔야 한다.

아직도 부동산 통계에는 여러 문제점이 있다. 그동안 정부는 매매가격 동향을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를 활용해 파악할 수 있었으나 월세시장의 모니터링에는 소홀했다. 국토부가 수도권 월세가격동향조사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 지난 3일 월세가격지수를 처음으로 공표했다. 한국감정원이 총 1886개의 표본을 가지고 지역별,주택 유형별,규모별 거래동향을 정리한 것이다. 월세거래는 지방의 경우 중개사무소보다 정보지 등 다른 방법을 통해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로 발표대상을 수도권으로 한정했다. 정부는 3월부터 전 · 월세 거래정보시스템을 통한 가격정보는 '확정일자 신고'자료를 집계해 제공할 예정이다. 그리 되면 개별 주택의 전 · 월세 가격자료는 확인할 수 있겠지만 통상 계약 후 확정일자를 받기까지 30~45일이 걸리므로 시의성에 한계가 있다. 전국적으로 표본조사를 통해 가격정보를 얻기 위해 중개사협회의 공인거래정보망을 활용할 만하다. 이를 통해 거래정보의 시의성을 확보하는 등 대안이 모색돼야 한다. 제대로 된 통계가 있어야 실효성 있는 정책을 세울 수 있다.

이성근 < 경희대 부동산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