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바이오앤, 세계 첫 인공혈소판] "혈액 대량 생산 가능 … 감염 걱정 없이 수혈"

2008년 인공적혈구 개발 이어 인공혈액 생산 기반 갖추게 돼
의료용 시판까진 시간 걸릴 듯

차병원그룹이 혈소판 생산기술을 개발함에 따라 치료에 필요한 혈액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AIDS 간염 등에 감염될 수 있다는 걱정도 덜게 됐다. 20여년 전만 해도 적십자가 공급하는 Rh-형 혈액이 떨어지면 라디오방송과 텔레비전 자막을 통해 급히 헌혈 자원자를 찾는 방송이 흘러나왔으나 향후에는 이런 풍경이 사라질 전망이다.

수혈은 전혈(혈액 전체)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경제성과 효율을 위해 적혈구,혈소판,혈장,백혈구 성분만 따로 뽑아 쓰기도 한다. 전혈을 쓸 경우 혈액을 제공한 쪽과 받는 쪽 혈액형이 맞지 않을 경우 나타나는 면역거부반응 때문에 환자에게 맞는 혈액형을 찾아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반면 세포에 산소를 공급하는 적혈구는 Rh-와 O형으로 만들면 누구에게나 수혈이 가능하고,혈소판은 혈액형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이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적혈구와 혈소판 등으로 분리해서 수혈하는 게 일반적이다. 혈소판은 수명이 짧아 5일 이상 보관하는 게 불가능하고 혈액감염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끊임없이 대체혈액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혈액세포(특히 적혈구와 혈소판)를 생산하는 연구와 장기간 보관하는 연구에 집중해왔다.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은 2005년부터 이에 관한 기초연구에 착수,2007년 미국 보스턴에 인공혈액을 개발하기 위한 현지법인인 스템인터내셔널을 세웠다. 차바이오앤이 60%,미국의 대표적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업체인 ACT사가 40%를 출자한 합작법인이다. 여기서 박사급 7명 등 총 12명의 연구원이 두 가지 인간배아줄기세포주(MA-01,MA-09)를 이용해 인공 적혈구 및 인공 혈소판을 개발해왔다. 미 콜로라도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정영기 연구원은 줄기세포 수립 및 배양의 '달인'으로 인정받고 있으며,중국계 캐나다인인 시 지앙 루 박사는 혈액학과 중추신경계학 전공자로 연구를 이끌고 있다. 정형민 스템인터내셔널 대표는 "수많은 동물실험을 통해 최적의 혈소판 분화조건과 이를 촉진하는 화학물질을 찾아내는 게 연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차바이오앤은 2008년 인공 적혈구 생산기술을 개발한 데 이어 이번에 혈소판 분화 유도 및 생산기술 개발을 확보함으로써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공혈액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갖춘 바이오기업이 됐다. 관건은 인공혈액의 상업성이다. 헌혈은 무상으로 이뤄지고 수혈은 팩당 4만원 남짓한 비용에 병원에 제공되고 있다. 국내에선 2009년 1930억원어치의 수혈용 혈액이 의료기관에 공급됐고 알부민 등의 의약품 생산을 위해 702억원어치의 혈장이 외국에서 수입됐다.

정 대표는 "실험실에서 1ℓ짜리 바이오리액터를 이용해 48~55%의 순도를 보이는 혈소판 생산기술을 확보했다"며 "최소 200ℓ급 바이오리액터에서 순도 100%에 가까운 인공혈소판 양산기술을 개발하려면 약 5년의 연구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동물을 이용한 전(前)임상시험과 사람을 대상으로 3상 임상시험까지 마치려면 추가로 5년이 걸려 의료용으로 시판하려면 총 10년여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 혈소판

적혈구 백혈구와 함께 혈액을 이루는 주요 고형 성분이다. 혈액의 응고와 지혈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골수에서 생성돼 10일간 기능한 후 비장에서 파괴된다. 외상을 입었거나 항암제 치료,방사선 치료,장기이식 등을 받으면 혈소판이 파괴되므로 이때 투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