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태광 이선애 상무 소환…이달말 사법처리 수위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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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 회장도 이달중 기소
태광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이원곤 부장검사)는 그룹 자금관리를 총괄해온 이선애 태광산업 상무(83)를 12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그룹 재무관리의 실질적 총책임자로 알려진 이 상무의 검찰 소환조사는 수사가 시작된 뒤 3개월 만에 이뤄졌다.
이날 오전 9시50분께 구급차를 타고 서부지검에 도착한 이 상무는 점퍼 후드와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휠체어를 타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비자금 조성 혐의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동안 이 상무는 건강상태를 이유로 소환에 응하지 않아 검찰은 강제구인하는 방안도 검토해왔다. 검찰은 이날 이 상무를 상대로 태광그룹이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수법 및 현황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무는 차명주식,채권,부동산,유선방송 채널배정 사례비 등으로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 · 관리하는 등 그룹의 불법적인 자금 흐름을 총지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상무를 상대로 이날 하루 조사를 벌이고 귀가시킨 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을 조만간 재소환해 한 차례 더 조사할 예정이다. 이 상무의 아들인 이 회장은 지난 4일과 6일 두 차례에 걸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 상무와 이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마무리한 뒤 늦어도 이달 말까지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이날 '재벌 오너와 휠체어'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고 이 상무의 '휠체어 출석'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자료는 그동안 검찰청이나 법원에 휠체어를 타고 출석한 기업 총수들을 비판적으로 다룬 기사 스크랩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상무는 조사실에서 자세를 유지하면서 또렷하게 진술하고 있는 상태"라며 이 상무의 건강상태를 전했다.
서부지검은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에 대해서도 이번 달 안으로 김승연 그룹 회장 등 그룹 관련자들을 기소하고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