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주민투표 승산 있다"…서울 전역 설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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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부터 시당원 상대 '反 무상급식' 설득 나서기로요즘 시 · 도지사 가운데 가장 바쁜 사람은 단연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무상급식을 계기로 포퓰리즘과 싸우는 '전사(戰士)'로 변신한 뒤 그의 일정은 분,초를 나눠 써야 할 만큼 빡빡해졌다. 서울시장은 원래 바쁜 자리지만 무상급식 전쟁이 붙은 이후 더 바빠졌다. 서울시장을 면담하기 어려워졌다는 소리도 들린다.
일각선 "대권행보 아니냐"
오 시장은 당장 14일부터 한나라당 서울시당 당원들을 잇달아 만나는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 제안 설명' 간담회를 갖는다. 그의 '무상급식 전면전'이 대권 행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그는 요지부동이다. ◆주민투표 놓고 한나라에 'SOS'
지난 10일 무상급식 실시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제안한 오 시장은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직접 뛰기 시작했다. 12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오 시장은 14일부터 한나라당 서울시당을 대상으로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 제안 설명 간담회'를 연다.
서울을 4개 권역으로 나눠 14일 저녁 동북권 14개 당원협의회를 시작으로 21일 서남권 13개,22일 동남권 9개,26일엔 서북 · 도심권 8개 당협을 만난다. 오 시장은 47개 당협 위원장과 주요 당직자들을 직접 만나 최근 제안한 주민투표의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업무 외 시간을 활용해 주민투표 시동 걸기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민투표 부치면 이긴다" 판단한 듯
바쁜 오 시장이 한나라당과 접촉을 늘리는 건 주민투표를 성사시키는 데 '당원들의 도움'을 받기 위한 것이다. 서울시는 시장이 발의한 주민투표 요구 동의안을 오는 17일 서울시의회에 낼 예정이지만 민주당은 부결시킬 것이 확실시된다. 이렇게 되면 시민단체가 주축이 돼 서울시 유권자 5%(40만8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직접 투표를 청구하는 '우회로'가 있다.
실제로 오 시장과 입장을 같이 해온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은 이미 직접 주민투표를 청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의 이희범 사무총장은 "오 시장의 제안이 시의회에서 거부되면 우리가 시민 서명을 받아 투표를 청구할 계획이 있다"며 "뜻이 같은 단체가 연합하면 40만명은 충분히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의회와 화해 시도 안해" 비판도
오 시장의 이런 가파른 행보는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반대 이유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민투표라는 최후 수단을 꺼내든 것도 '승산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청 안팎에선 "시의회와의 관계가 마비돼 시 주요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데도 갈등을 풀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시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올해 서울시 주요사업이 중단됐는데도 여론전 외에는 화해를 위한 액션을 전혀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