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동물 묵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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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론을 믿는 신도들이 교주격인 매리언 키치의 저택에 모여 구세주 '사난다'를 애타게 기다렸다. 신도들은 재산을 처분하고 몸에 지녔던 금붙이도 모두 벗어던졌다. 그래야 지구를 덮을 대홍수를 피해 휴거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예언 시간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자 키치는 이렇게 외쳤다. "여러분의 믿음이 강해 신이 지구를 구해주기로 했도다. "
의심하거나 실망하는 신도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자신들이 인류를 구해냈다면서 신심이 더욱 깊어졌다고 한다. 1954년 12월 미국 일리노이에서 일어난 실화다. 당시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는 현장에 들어가 신도들의 반응을 살폈다. 이를 토대로 나온 게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론이다. 믿음에 반하는 명백한 증거가 생겨도 사람들은 믿음을 버리지 않고 새로운 근거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페스팅거는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또 다른 실험을 했다. 학생들에게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을 반복해서 시킨 뒤 그 대가로 1달러씩 줬다. 그리고 그 일이 재미있다고 거짓말을 하라고 했다. 얼마 후 일이 어땠느냐고 묻자 학생들 상당수가 "재미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1달러 때문에 거짓말을 했다는 걸 용납하기 어려워 스스로 재미있었다고 믿어버린 거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다.
종말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한다. 세계 곳곳에서 한파 폭설 등 기상이변이 발생하는 가운데 새와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게 빌미다. 자연에 민감한 동물들이 뚜렷한 이유 없이 수백에서 수만마리씩 동시에 죽는 건 재앙의 전조로 볼 수 있다는 논리다. 동물(Animal)과 떼(Flock),묵시록(Apocalypse)을 결합한 '동물 묵시록(Aflockalypse)'이란 말까지 생겼다.
동물 떼죽음이 새삼스런 게 아니라고 전문가들이 아무리 설명해도 어떤 '메시지'가 담겼다고 믿고 있단다. 오히려 거대한 외계우주선이 지구로 돌진하고 있다는 헛소문까지 덧붙여 졌다. 우리도 구제역 파동에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겹쳐 분위기가 뒤숭숭해지면서 인터넷을 타고 종말론이 번지는 모양이다. 갈수록살기가 버겁고 짜증나는 일이 많기 때문일까. 이런 때일수록 생각을 가다듬고 할 일을 차분히 해나가는 게 최선이다. 열심히 사는 사람에겐 종말론이 끼어들 틈이 없는 법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의심하거나 실망하는 신도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자신들이 인류를 구해냈다면서 신심이 더욱 깊어졌다고 한다. 1954년 12월 미국 일리노이에서 일어난 실화다. 당시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는 현장에 들어가 신도들의 반응을 살폈다. 이를 토대로 나온 게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론이다. 믿음에 반하는 명백한 증거가 생겨도 사람들은 믿음을 버리지 않고 새로운 근거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페스팅거는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또 다른 실험을 했다. 학생들에게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을 반복해서 시킨 뒤 그 대가로 1달러씩 줬다. 그리고 그 일이 재미있다고 거짓말을 하라고 했다. 얼마 후 일이 어땠느냐고 묻자 학생들 상당수가 "재미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1달러 때문에 거짓말을 했다는 걸 용납하기 어려워 스스로 재미있었다고 믿어버린 거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다.
종말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한다. 세계 곳곳에서 한파 폭설 등 기상이변이 발생하는 가운데 새와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게 빌미다. 자연에 민감한 동물들이 뚜렷한 이유 없이 수백에서 수만마리씩 동시에 죽는 건 재앙의 전조로 볼 수 있다는 논리다. 동물(Animal)과 떼(Flock),묵시록(Apocalypse)을 결합한 '동물 묵시록(Aflockalypse)'이란 말까지 생겼다.
동물 떼죽음이 새삼스런 게 아니라고 전문가들이 아무리 설명해도 어떤 '메시지'가 담겼다고 믿고 있단다. 오히려 거대한 외계우주선이 지구로 돌진하고 있다는 헛소문까지 덧붙여 졌다. 우리도 구제역 파동에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겹쳐 분위기가 뒤숭숭해지면서 인터넷을 타고 종말론이 번지는 모양이다. 갈수록살기가 버겁고 짜증나는 일이 많기 때문일까. 이런 때일수록 생각을 가다듬고 할 일을 차분히 해나가는 게 최선이다. 열심히 사는 사람에겐 종말론이 끼어들 틈이 없는 법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