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O 행복하고 건강한 노후] (4) 30년 된 연금상품서 월 160만원…"노후 재테크는 하루라도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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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실물자산보다 현금흐름이 중요하다"자산만 갖고 있다고 은퇴 준비가 끝난 게 아니지요. 때 맞춰 현금으로 바꿀 수 있어야만 풍요로운 노후생활을 누릴 수 있습니다. "
문근수씨의 풍요한노후
퇴직 前 매달 몇 만 원씩 불입, 60세까지는 걱정없어
그 후엔 국민연금으로 대체
CFP 자격증따 투자 컨설팅, 큰돈 벌지는 않지만 할 일 생겨
취미로 시작했던 사진 개인展 열어 짭짤한 수입
시중은행에서 33년 동안 근무한 뒤 지점장을 끝으로 2003년 퇴직한 문근수씨(59).그의 현재 월 소득은 500만원에 달한다. 현역 시절 1000만원이 넘었던 것에 비하면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자녀교육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났기 때문에 돈 들어갈 일이 별로 없다. 이를 감안하면 상당히 큰 돈이다. 남는 돈을 펀드 등에 투자할 수 있을 정도다. 문씨가 이렇게 여유있는 노후생활을 보낼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개인연금의 마술
문씨 월소득의 30%가 넘는 160만원은 자신과 아내 명의로 가입한 개인연금을 통해 들어온다. 문씨는 1980년대 일찌감치 개인연금신탁 상품에 가입했다. 매달 월급에서 몇만원씩 떼 넣었다. 기왕 하는 김에 아내 명의로도 하나 더 가입했다. 당시만 해도 비과세에 소득공제(한도 연 72만원)혜택까지 있었다. 현재 개인연금 상품은 비과세 혜택이 폐지됐으나 소득공제 한도는 올해부터 400만원으로 확대됐다. 문씨는 만 55세가 되던 해부터 첫 연금을 타기 시작했다. 원래 약정은 55세부터 59세까지 5년간 수령하는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불입했던 만큼 그동안 수익률이 꽤 나서 1년 더 연장해 60세까지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문씨는 "일찍부터 시작했던 게 주효했던 것 같다"며 "적은 액수라도 빨리 시작하는 게 노후를 위한 재테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최고의 재테크
문씨는 만 60세부터 국민연금도 받는다. 월 100만원이 약간 넘는 액수다. 애초에 개인연금 수령 만료 기간을 국민연금이 시작되는 시점과 맞물리도록 설계했다. 아내도 5년 뒤인 2016년부터 국민연금을 매달 20만원씩 타게 된다. 아내 명의로 임의 가입해 매달 10만원 가량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고 있는 덕분이다.
문씨는 "국민연금은 물가상승률이 반영되는데다 죽을 때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위한 최고의 재테크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자격증 따 취직
문씨는 은행원 경력을 살려 2008년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리고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재무컨설팅 회사에 취업했다. 노후 설계 경험이 고객 상담에도 큰 도움이 됐다. 문씨는 고객을 상대로 펀드나 랩어카운트,주식 등 수익형 상품에 대한 투자 컨설팅을 주로 해준다. 아직까지 월 소득은 150만원 남짓으로 큰 돈은 아니다. 하지만 고객과 운용자산이 조금씩 늘고 있어 전망은 밝다. 특히 문씨가 은행원 등을 하면서 쌓았던 넓은 인간관계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문씨 휴대폰에는 정기적으로 연락하는 이들의 전화번호만 2500개가 저장돼 있다.
결혼전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내도 최근 기간제 교사로 재취업했다. 정규직은 아니지만 아내가 버는 소득도 월 150만원 수준으로 가계에 큰 보탬이 된다. 문씨는 "돈보다도 일하는 데서 더 큰 보람을 찾는다"고 말했다. ◆부동산 팔아 연금 가입
문씨는 현재 직장에서 가까운 서울 반포동에서 전세를 살고 있다. 대신 경기도 의왕에 100㎡(30평)대 아파트 1채를 보유 중이다. 제주도와 서산에 땅도 좀 갖고 있다. 문씨는 적당한 시기에 아파트를 제외한 부동산을 팔아 연금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제주도 땅은 매물로 내놨다. 3.3㎡당 가격이 10만원 정도로 그리 비싼 편은 아니지만 땅 규모가 꽤 커 수억원대 현금이 들어올 전망이다.
집 한 채 만큼은 가급적 끝까지 가져간다는 생각이다. 아직까지는 현금 흐름에 여유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굳이 지금 팔지 않더라도 나중에 주택연금 가입과 같은 수단이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제2의 인생 구가
문씨는 사진에 조예가 깊다. 35세 때부터 취미로 시작한 사진은 이제 거의 전문가 수준이 됐다. 매년 사진전도 연다. 개인전에 찾아온 몇몇 고객들이 사진을 사가기도 한다. 매주 수요일에는 회사 근처인 서울 강남역 인근 빌딩에서 열리는 오찬 비즈니스 영어 모임에 꼬박꼬박 참석한다. 회원들끼리 점심을 함께 먹으면서 영어로 대화하며 교류한다.
자녀들과의 사이도 좋다. 국내 굴지의 IT회사에 다니는 큰아들은 결혼해서 독립했다. 작은 아들은 얼마전 은행에 취직했다. 형편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두 아들로부터 얼마간 용돈도 받는다. 문씨는 "주변에 은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근심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데 그에 비하면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계획을 세워 남들보다 일찍 은퇴준비를 시작한 것이 문씨를 '복많은 사람'으로 만든 요인이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문근수씨의 자산과 소득·지출 내역
◆자산
아파트(경기 의왕시) 1채 3억5000만원
전세금(서울 반포동) 2억원
제주도 · 서산 소재 토지 5억~6억원
◆소득
개인연금 160만원
본인 근로소득 150만원
아내 근로소득 150만원
기타 40만원
계 500만원
◆지출
활동비 50만원
경조사비 50만원
식료품비 제세공과금 등 생활비 150만원
의료비 등 기타 150만원
펀드 등 투자 100만원계 5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