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조기판정 못한 병원, 법원 "배상 책임 있다"

암을 조기에 판정하지 못한 병원에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해 배상책임을 묻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권기훈)는 조기검진에서 정상 판정을 받은 이후 유방암이 발견된 최모씨와 남편이 '부실한 진단으로 치료 기회를 놓쳤다'며 병원을 운영하는 K학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3500만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의료진은 유방촬영술 결과 추가검사 판정이 나온 만큼 국소압박촬영 및 확대촬영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이를 시행해 원고의 군집성 미세석회화가 양성인지 악성인지 정확히 진단했어야 함에도 정기검진만 권유한 채 진료를 마친 과실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과실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조기에 유방암을 발견하고 치료를 받아 더 좋은 예후를 보였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치료비와 유방복원수술 비용 등을 배상하라는 청구는 "의료진의 과실과 최씨의 현재 상태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씨는 2005년 9월 이 병원을 방문해 암 조기검사를 받았는데 유방촬영술에서는 추가검사 필요 판정을,초음파 검사에서는 정상 소견을 받았다. 병원 측은 국소압박촬영 등 추가 검사를 하지 않고 추후 정기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하고 진료를 마쳤으나 최씨는 1년 뒤 유방암 2기 판정을 받았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