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야 반갑다] 마음은 벌써 필드…봄 바람 불기 전 '내공'부터 쌓아라

골프시즌 앞두고 해야할 일들

그립부터 스탠스·퍼트까지 '기본' 점검 하는 기회로
체력훈련·스트레칭은 몸 유연성 높여주는 보약
장비 꺼내 손상 여부 확인…치기 어려운 클럽은 빼고 하이브리드로 보충 바람직

한파의 위세가 유별나다. 스무 날 이상 추위가 이어지면서 골퍼들은 꼼짝도 못한다. 쌓인 눈이 녹을 기미조차 보이지 않아 마음은 더 차갑다.

그렇지만 어느새 대한(20일)을 앞두고 있다. 또 며칠 후 설을 지나면 동계 휴장을 했던 골프장들이 속속 문을 연다. 봄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다. 골퍼들에겐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매 시즌 초에 그랬던 것처럼 1,2월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해 '골프 성적표'가 정해진다. 필드에는 나가지 못하더라도 시즌에 앞서 차분히 준비할 수 있는 내용을 정리해본다. ◆체력 훈련 · 스트레칭 최고의 보약

골퍼들마다 독특한 체력 훈련법이 있을 것이다. 계단 오르기,달리기,아령,윗몸 일으키기,앉았다 일어서기 등은 근력을 단련하는 데 유용한 방법들이다. '커리어 그랜드 슬래머'인 게리 플레이어(76 · 남아공)는 손아귀 힘을 기르기 위해 신문지를 이용한다. 한 손으로 신문지 몇 장을 쥔 채 탁구공만한 모양이 될 때까지 주물럭거린다.

거리를 더 내려면 몸의 중심을 단단히 해야 한다. 반드시 누워 몸통을 바닥에 고정한 채 한 쪽 다리를 들어 반대편으로 최대한 돌려준다. 물론 그 다음에는 다른 쪽 다리를 반대편으로 돌려준다. 어떤 골퍼들은 버팀목인 하체를 단단하게 하기 위해 벽을 이용한다. 등을 벽에 기댄 채 무릎을 구부려 직각이 되게 한다. 두 팔은 앞으로 쭉 뻗는다. 그 상태로 처음엔 30초 정도 있다가 점점 시간을 늘려 나중에는 50~60초까지 버티는 것이다. 체력 훈련과 스트레칭은 근력을 유지하고 몸 유연성을 높인다. 골프 스코어와 직결되는 것들이다. ◆'펀더멘털'을 잊지 않는다

메이저대회 최다승(18승) 기록 보유자 잭 니클로스(71 · 미국)는 요즘에도 시즌 초 코치와 함께 골프의 기본을 점검한다. 그립부터 스탠스 얼라인먼트 스윙 퍼트에 이르기까지 초보자들이 하는 것들을 모두 점검한다. 나이가 들어 유연성이 떨어지면 지난해 스윙이 다르고,올해 스윙이 다르기 때문이다. 니클로스는 클럽 없이 맨손으로 스윙을 재현하는 동작을 프로 입문 때부터 해왔다. 그는 "옛 스승 잭 그라우트한테서 배운 것인데 동절기 연습으로 큰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최경주는 "골프에서 온갖 실타(失打)는 그립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거울을 보면서 스윙폼을 점검할 수도 있다. 클럽을 거꾸로 쥐고 천천히 스윙해보는 것은 스윙 스피드를 높일 수 있는 길이다. 호젤(헤드와 샤프트가 연결되는 부분)을 잡고 허공에다 스윙한다. 임팩트존에서는 '휙'소리가 나게 지나가도록 해야 효과가 있다. 스코어를 유지하거나 낮추는 데 가장 유용한 방법은 퍼트 연습이다. 매트나 담요를 깔고 틈틈이 퍼트 연습을 해두면 동반자들보다 생생한 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 겨울에 골프의 기본을 점검하고,골프와의 끈을 이어가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장비를 체크하자

겨울이라고 해 골프백을 창고에 처박아 두지 말고 가끔 열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스코어를 내는 소중한 무기이기 때문.먼저 손상 클럽이 없는지 살펴본다. 헤드에 금이 가거나 그루브(페이스에 파인 홈)가 파손된 클럽은 바꾸는 것이 좋다. 클럽 구성은 제대로 했는지도 돌아본다. 특히 한 라운드에 한두 번 쓸까 말까한 3~5번 아이언을 새 시즌에도 갖고 다녀야 할지 고민해봐야 한다. 지난해보다 한 살 더 먹었다는 것은 그만큼 근력도 떨어졌다는 얘기다. 치기 어려운 클럽은 빼고,치기 쉬운 클럽으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드라이버는 로프트가 큰 것으로 바꾸고,롱아이언 대신 하이브리드 클럽을 보충하는 것은 좋은 본보기다. 롱게임보다 쇼트게임을 중시해야 할 골퍼라면 웨지 숫자에도 신경 써야 한다. 교습가 데이브 펠츠는 "샌드웨지와 피칭웨지 사이의 간격을 메워줄 수 있는 갭(어프로치) 웨지는 반드시 넣으라"고 권장한다. 아마추어 골퍼들도 최소 3개의 웨지를 갖추라는 얘기다.

◆'골프 마니아' 되려면 회원권도

국내 골프인구는 250만~300만명에 달한다. 그 가운데 약 10만명이 골프회원권을 갖고 있다. 100명 가운데 3~4명만 회원권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골프를 본격적으로 해볼 요량이라면 회원권 구입을 생각해볼 만하다. 이때 고려해야 할 요소는 예상 라운드 횟수,자금 사정,거리,원하는 요일,동반자 등이다. 주말 비즈니스골프를 많이 해야 한다면 서울 근교 명문 골프장,은퇴 후 부부가 평일에 라운드를 즐긴다면 주중회원권,좀 멀더라도 부킹이 잘 되는 골프장이 좋다면 강원도나 충청도의 신설 골프장을 노려보는 것이 현명하다. 홍태호 레저시대 대표는 "서울 인근에는 더 이상 주말 부킹이 원활한 골프장이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최근 개통한 고속도로 주변에 들어서는 신설 골프장을 눈여겨보라"고 말했다.

◆연초 결심,안하는 것보다 낫다

골퍼들도 대개 연초에 결심을 한다. '올해는 티오프 시각 30분 전에 도착한다' '라운드 전날 금주한다' '샷을 할 때 머리를 들지 않는다' '장애물이 있을 때는 목표를 직접 공략하지 않는다' '장갑 벗을 때까지 마음을 놓지 않는다' 등이 그런 예다. 골퍼들의 결심은 흡연자들의 금연 결심처럼 오래 가지 못하는 일이 많다. 예컨대 헤드업을 안 하기로 한 골퍼들은 처음 몇 홀,시즌 초 몇 라운드는 머리를 꼭 붙잡아 두다가도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헤드업을 하고 만다. 그래도 결심은 하는 것이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 목표가 있고,지킬 대상이 있는 골퍼들은 그렇지 않은 골퍼들보다 앞서간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