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IFRS 성공 '공익 제고'에 달려

도입은 '투명성 개선'의 한 조건 … 기업·회계사 성실·정직 중요해
얼마 전 헌법재판소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 통신을 한사람'을 처벌하도록 한 전기통신기본법의 한 규정이 '공익의 개념'을 명확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그 결과 소위 인터넷논객 미네르바가 무죄가 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사회 구성원 전체의 이익'에 대해 양극단의 개념이 있다. 한쪽 끝에는 '사회구성원 각각에게 이익이 돼야 한다'는 것이 있고,다른 한쪽 끝에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한,몇 사람에게라도 이익이 되는 것'이란 개념이 있다. 그러나 공익이란 이같이 단순히 구성원들의 이익,즉 사익의 단순한 총화로 정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정의,형평,복지,인간존중,공동사회 등을 강조하는 공익 스스로의 실체적인 개념이 존재한다는 주장도 있다. 어쨌든 헌재도 인정했듯이 "공익이라는 개념은 매우 추상적이어서 사람들의 가치관,윤리관에 따라 판단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익을 어떻게 정의하든 간에 전통적으로 의사,변호사 또는 회계사와 같은 전문가 집단에게는 그들의 전문성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공익을 추구해야 할 의무가 있다. 미국 공인회계사회는 그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상인 공공(public)의 구성원을 고객,신용평가집단,정부,고용주,투자자,경제 및 금융단체 등 공인회계사의 객관성과 성실 · 정직함에 의존하는 사람과 단체로 정의한다. 이에 따라 공익이란 이들 공공의 집단적인 유익함(well-being)으로 설명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는 기본적으로 공공의 구성원 간 이익상충이 있을 경우 공인회계사회에서 정한 윤리기준에 따라 성실하고 정직하게 책임을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과거에는 이러한 공익추구 의무를 자율적으로 실시했으나,2001년 엔론 사태 이후로는 외부에 독립적인 기구를 설치해 감독하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다. 공인회계사는 상장기업들을 감사한다. 미국에서는 공인회계사들을 감시하는 공익감시기구(PCAOB)를 준공공기관으로 설치해 운용한다. 국제적으로 적용되는 감사기준,윤리기준과 회계교육기준을 제정하고 있는 세계회계사회연맹(IFAC)도 이 기준들이 공익에 맞게 제정되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독립적인 공익감시기구(PIOB)를 산하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금융감독원이 기업의 재무공시와 공인회계사의 외부감사에서 공익추구 의무를 얼마나 잘 이행하고 있는지를 감독한다.

올해부터 우리 상장기업들이 채택해야 하는 국제회계기준(IFRS)이 원칙중심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국제회계기준을 해설해 주는 해설서(IFRIC)가 있기는 하지만,여러 나라 각양각색 기업들의 실무에서 발생하는 모든 회계문제에 답을 주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각 기업은 나름대로 국제회계기준을 해석하고 가장 적합한 회계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원칙 중심의 국제회계기준을 채택하면서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기업이나 이를 감사하는 공인회계사 모두 그 어느 때보다도 판단의 객관성과 성실 · 정직함이 요구되고 있다. 이때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공익이다. 국제회계기준을 채택했다고 해서 기업의 회계 투명성이 당장 나아지고 신용등급이 올라가며 자본비용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국제회계기준의 채택은 회계투명성을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회계투명성의 향상은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기업과 이를 감사하는 공인회계사들이 얼마나 진정으로 공익을 추구하려는 마음가짐을 갖는가에 달려 있다. 그리고 공익 추구의 진정성은 자본시장에서 오랜 기간을 두고 평가될 것이다. 이것이 국제회계기준을 채택했다고 해서 곧바로 국제 사회에서 회계투명성을 높게 평가 받는 게 아닌 이유다.

주인기 < 연세대 경영학 교수/아시아태평양회계사연맹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