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25억 '한남더힐' 불법 재임대 기승

입주 5년간 재임대·매매 불법
1억 웃돈 … 용산구 단속 '뒷짐'

"합법거래는 안되지만,적발되지 않도록 안전하게 해드리니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서울 한남동 '한남더힐' 주변 중개업소 관계자)

최고 임대보증금이 25억원에 달해 '국내 최고급 임대주택단지'로 화제를 모았던 '한남더힐'.이달 말 입주를 앞두고 현지 중개업소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한남더힐은 600채 규모의 민간 임대아파트 단지다. 5년간 임대로 운영되다 개인들에게 분양전환되는 게 특징이다. ◆입주 앞두고 불법 전 · 월세 기승

임차인이 나중에 분양을 받으려면 임대기간 중 실제 5년간 거주를 해야 한다. 임차인이 마음대로 제3자에게 임대 · 매매를 하는 것은 불법(임대주택법 19조)이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41조)을 받을 수 있다. 단 근무지 변경이나 질병치료를 위한 이주,장기 국외 체류의 경우는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따라서 중개업소에는 사람들이 붐빌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일부 중개업소에는 상담 희망자들이 줄을 설 지경이다. 투자목적으로 임차를 받은 사람들이 본인이 거주하지 않고 임대나 매매물건으로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16일 "주택 수가 많은 분양면적기준 87㎡형과 284㎡형을 중심으로 물건이 많이 나온다"며 "실제 수천만원에서 1억원 안팎의 웃돈이 붙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 거래는 임대가 특히 심하다. 매매는 분양 이후 상당 부분 손바뀜이 진행됐고,주택시장이 급격히 침체되면서 거래가 중단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전 · 월세는 입주 무렵인 지금이 '대목'이란 게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단지 주변 B중개업소 관계자는 "133채가 공급된 87㎡형은 10여채 이상이 전 · 월세 매물로 나와 있고,보증금 1억원에 월세 300만~350만원의 시세가 형성됐다"며 "아파트 전체 입주가 마무리되면 한두 달 뒤에 들어가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284㎡형은 보증금 15억~16억원에 전세매물이 나와 있다.

중개업소들은 초기 계약자(임차인)에게 경쟁적으로 전화를 해 전세 · 매매 거래를 부추기고 있다.

◆불법 거래 단속도 허술한남더힐 시행사인 한스자람 관계자는 "중개업소들이 합법적 전 · 월세와 매매 물건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시행사 측에 임차권을 포기하겠다며 물건을 반납한 분양자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매매 · 전세가 합법적으로 가능하려면 5년 이후 분양전환이 끝나야 한다. 단 입주자들이 2년6개월 이상 거주한 뒤 분양전환 합의를 하면 앞당겨질 수는 있다.

그럼에도 이처럼 불법거래가 성행하는 이유는 단속의 손길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와 직접 단속기관인 지방자치단체(용산구청),시행사(한스자람) 등은 지금까지 한 번도 현지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아파트의 불법 전대 실태는 인 · 허가 주체인 지자체(지도감독관)가 단속을 벌이거나,사업시행자가 적극 조사를 해 행정관청에 고발하고 수사하도록 해야 하는데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