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이미지 추락의 위기, CEO가 나서 정직하게 맞서라

Hi CEO 경영교실 - 위기극복 마케팅

불성실한 대응 도요타ㆍ우즈, 공들인 이미지 한순간 와르르
솔직히 시인하고 신속한 조치…존슨앤드존슨ㆍ제트블루 '모범'
위기관리 매뉴얼 만들어 준비…CEO 일관된 메시지도 중요

사상 최대 리콜사태에 처한 도요타와 스캔들에 휘말렸던 타이거 우즈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둘 다 세계 1위란 점과 핵심적인 문제가 야기됐다는 점이 닮았습니다. 신속하고 정직하게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도 같아 위기의 결과도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물론 도요타와 타이거 우즈는 앞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달리겠지만 소비자나 팬은 그들이 위기를 맞았을 때 불성실하거나 신속하지 못한 대응을 했던 점을 기억할 것입니다. 브랜드 파워가 희석되는 효과가 지속된다는 거죠.기업의 위기 극복 방안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오랫동안 공들여 쌓은 기업이미지와 신뢰가 한번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기극복의 정석 '타이레놀'
위기 극복의 모범적 사례는 존슨앤드존슨의 '타이레놀 독약 사건'입니다. 어떤 사람이 시카고 근교에서 타이레놀 뚜껑을 열고 알약에다가 청산가리를 주입시켰고,이 제품을 사먹은 사람이 즉사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존슨앤드존슨은 호랑이굴에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난다는 속담을 알았나 봅니다. 정신을 차리고 아주 민첩하게 대응했죠.

일단 전국에서 유통 중인 타이레놀을 회수하고 리콜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소비자들을 설득했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정밀조사를 하고 있으며,앞으로는 타이레놀 병에 이물질을 넣으면 표시가 나게끔 이중삼중 막으로 된 병을 개발하겠습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이 모든 일은 회사 대표가 책임지고 직접 뛰었습니다.

기자단을 모아놓고 기자회견을 하고,전국의 방송 네트워크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사건 발생 두 달 뒤,약속대로 새로운 포장을 출시했고 광고를 다시 시작하면서 정상화될 수 있었습니다. 타이레놀이 빠른 시간 안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성공 요인은 3가지입니다. 신속하게 행동했다는 점과 성실하고 정직하게 대응해 나갔다는 점,최고책임자가 직접 뛰었다는 점입니다. 바꿔 말하면 늑장대응,오리발 내밀기,부하직원들의 사건 수습 같은 대응전략을 피해야 한다는 뜻이죠.오히려 의심을 받고 신뢰를 더 잃게 되는 지름길이니까요.

#위기 극복 성공과 실패 사이

성공과 실패 사례가 더 있습니다. 1988년 미국 3대 맥주회사 중 하나인 쿠어스에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쿠어스 트럭에 치여 죽을 뻔 했던 소비자가 앙심을 품고 "쿠어스 맥주에서 생쥐가 나왔다"고 주장했죠.그러면서 쿠어스 측에 "이 사건을 은폐하려고 하면 전국에 발표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쿠어스는 그 사람의 주장이 말도 안 된다며 무시해버렸습니다. 신속하게 대응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계속되는 협박에 고작 대처한 것이 "그럼 우리가 돈을 줄 테니 생쥐를 가져와라"는 식이었습니다. CEO의 개입도 아주 늦게 이뤄졌고,불성실한 태도로 사실을 숨기는 데 급급하다 결국 소비자들 머릿속에 찜찜한 기억을 남겼습니다. 회사의 잘못이 아닌데도 쿠어스는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죠.

반면에 제트블루란 초저가 항공회사는 자신들의 잘못에 발빠르게 대처해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2007년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제트블루의 비행기 도착이 지연되면서 고객들은 추운 공항에서 새우잠을 자야 했습니다.

하룻밤을 꼬박 새운 고객들 사이에서는 엄청난 불평불만이 터져나왔습니다. 이런 상황에 봉착하게 된 직후 제트블루의 CEO는 직접 이 일에 개입해서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사과성명을 냈습니다. 해명과 함께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이었죠.그리고 미국의 유명한 토크쇼에 직접 출현해서 해명한 덕에 위기상황에서 빠르게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세계인들이 보는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와 유명 토크쇼는 위기 대응의 새로운 매체가 될 수 있습니다. #패리스 힐튼보다 유명해진 사연


도미노피자 역시 2009년 위기를 맞을 뻔 했는데 신속한 대응으로 가볍게 극복했습니다. 미국의 한 매장에서 두 명의 직원이 스틱 치즈를 자신의 코에 넣었다가 다시 샌드위치에 넣는 비위생적이고 역겨운 모습의 동영상을 제작,유튜브에 올렸습니다. 동영상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고,트위터를 통해 '도미노피자 못 먹겠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CEO가 즉시 개입했습니다. 2시간 만에 문제의 사원을 찾아냈고,48시간 만에 해명과 사과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문제의 지점이 어디고,그 종업원들은 누구였으며,어떻게 응징했는지,도미노피자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에 대한 모든 사실을 대중에게 솔직하게 알렸습니다.

'이런 영상이나 소문이 퍼지면 얼마나 퍼질까,그렇게 큰 위기를 불러올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도미노피자의 사례를 보면,유튜브에 올린 문제의 영상은 2일 만에 25만명,3일 만에 100만명이 봤습니다. 인터넷 검색순위에서 '도미노'란 단어가 처음으로 '패리스 힐튼'을 앞질렀습니다. 미국의 대재벌 힐튼가의 상속녀이자 시대의 문제아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패리스 힐튼의 검색을 능가했다는 것은 소셜 미디어의 파워를 보여주는 동시에 이를 활용한 위기관리 전략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위기관리 매뉴얼 준비해둬야


위기에 처할수록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핵심 키워드를 확립하고 위기관리 매뉴얼을 항상 준비해둬야 합니다. 그리고 CEO가 일관된 메시지로 대응해나가야 합니다.

잘못이 있다면 솔직히 시인하고,성실한 자세로 헤쳐나가야 합니다. 관련 자료가 있다면 정직하게 공개하는 것이 좋습니다.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소비자와의 신뢰관계를 돈독하게 함으로써 여러분의 기업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위기'란 말에는 '위험'이란 의미도 포함돼 있지만 '기회'란 뜻도 담고 있습니다. 중국 속담에 '폭풍우가 몰아칠 때 어떤 사람은 이를 피하기 위해 담과 성을 쌓지만,어떤 사람은 폭풍의 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풍차를 짓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똑같은 현상을 두고 위험 요인으로 볼지,기회 요인으로 볼지는 경영자에게 달려 있습니다.정리=이주영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ope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