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경영학 카페 (10) 벤츠 트럭 '발상 전환'…주행거리당 비용 받아

혁신투자 경영 1순위
영원한 1등기업은 없다. 업계 톱3의 자리에 있던 기업도 밀려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분석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이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정 업계에서의 우월한 입지(positional advantage)를 무기로 안주하기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기업환경의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질서를 뒤흔드는 규제 변화나 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서비스도 쉽게 모방되고 있다. 경쟁력을 지속시키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기업의 적응력,즉 적응우위(adaptive advantage)가 매우 중요하다. 기업의 운영과 전략을 환경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바꾸면서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 이렇게 적응우위를 강화하기 위한 하나의 열쇠가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기업의 가치 제안과 운영모델을 들 수 있다. 가치 제안은 기업의 목표 고객군,상품 및 서비스 구색,매출 창출 모델을 포함한다. 운영모델은 가치 제안을 고객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로 가치사슬,비용모델,기업조직을 내포한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영업 또는 마케팅 등 한 개 부서의 혁신이나 단순한 상품 및 서비스 혁신이 아니며,이상의 요소들을 다면적으로 변혁시켜 월등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사용당 지불체계를 도입한 메르세데스-벤츠 트럭사업부의 예를 보자.메르세데스 벤츠는 트럭사업 부문에서 단순한 상품판매 중심 모델에서 사용당 지불 체계를 도입해 트럭 사업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이뤘다. 기존의 트럭 제조업체들이 따르던 모델은 저가 트럭을 공급하고,이것을 만회하기 위해 트럭 부품 판매로 마진 회복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이 모델로는 트럭 가격은 계속 내려가고 트럭 제조업체들은 더 많은 부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단순한 저가 모델을 대량으로 양산해내는,결코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됐다.

메르세데스는 보다 혁신적인 모델을 도입하기 위해 트럭과 그에 부속되는 부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운행 킬로미터당 비용을 지불하는 비용지불 체계를 적용한 트럭을 판매했다. 메르세데스는 차터웨이(CharterWay)라는 브랜드 아래 이런 트럭을 판매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인도의 타타자동차는 자동차 생산의 가치사슬을 혁신해서 저비용 모델을 도입했다. 싼 차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생산과 설계뿐 아니라 유통과 서비스 모델까지 혁신해야 한다. 이를 위해 타타는 저비용의 개방형 개발과 조립을 실현했다. 공급업체에 자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부품 모듈을 제공한 뒤 이 부품들을 조립하는데,부품 모듈을 지방의 소규모 공장에 보내면 현지에서 부품을 조립한 뒤 차량을 판매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타타는 이미 시장에 존재하던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었고,차량 판매를 위한 대규모 딜러 네트워크가 필요치 않았다. 이렇게 해서 2500달러대의 세계 최저가 차량을 만들 수 있었다.

향후 주목해야 할 혁신에 관한 하나의 트렌드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기업이 혁신기업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던 과거의 양상이 분명히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BCG와 비즈니스위크가 2010년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여러 신흥국 기업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순위에 새롭게 이름을 올리고 있다. 중국 인도 등 신흥국 기업의 경영자들은 혁신에 대한 투자를 매우 중요한 경영의 우선순위로 꼽고 있기 때문에 자국 경제의 높은 성장을 등에 업고 향후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창출에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이병남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서울사무소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