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 위주 동양 안티에이징 배울 점 많아"

美 노화연구전문가 케네디 박사
"암 치매 당뇨병 등 만성질환은 결국 노화 때문에 생깁니다. 심층적인 노화 연구는 건강하게 오래 살면서 질병도 예방할 수 있는 길을 열 것입니다. "

지난 15일 열린 '제1회 차-벅 국제 파워에이징 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한 브라인 케네디 미국 벅인스티튜트 회장(43 · 사진)은 "암 연구에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암의 가장 보편적인 원인인 노화를 규명하는 연구에 대한 지원은 부족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차-벅 심포지엄은 국내 최초의 토털 안티에이징 센터인 차병원그룹의 '차움'과 미국의 대표적 항노화 연구소인 벅인스티튜트가 공동 기획한 행사로 줄기세포,대사억제제를 이용한 노화방지 치료법을 주로 논의했다. 케네디 회장은 벅인스티튜트가 개발한 항노화의약품인 라파마이신을 소개했다. 열량 섭취를 늘리면 분자생물학적 대사경로인 'TOR 경로'가 활성화되면서 노화도 심화되는데 라파마이신을 투여해 이 경로를 억제하면 칼로리 섭취를 줄인 것과 비슷하게 노화가 지연된다고 설명했다. 라파마이신은 500개 이상의 거석상으로 유명한 칠레 이스터섬의 토양에서 채취한 미생물을 생명공학적인 방법으로 증식시켜 유효물질을 추출한 것이다. 케네디 회장은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 결과 사람으로 치면 수명이 10년(15%) 연장되는 효과가 입증됐다"며 "이는 50세 이후에 걸린 암을 치료할 경우 수명이 고작 3년가량 연장되는 것에 비하면 큰 성과"라고 자랑했다.

그는 "수많은 노화연구 중 과학적 근거가 가장 확고한 게 열량 섭취를 줄여야 수명이 연장된다는 이론"이라며 "소식은 기본이고 무얼 먹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약이나 유전자로만 노화를 억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동양에선 야채나 과일을 많이 섭취해왔을 뿐만 아니라 일찍이 섭식이나 보양 요가와 같은 질병 예방적 차원의 안티에이징 기법이 발달해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의료시스템에 대해 "병원 문턱이 높은 데다 예방의학이 등한시돼 환자들은 진료받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뒤늦게 질병을 발견해 큰 돈을 들이기 일쑤"라고 비판했다.

케네디 회장은 "의료서비스 기능성화장품 등을 포함한 2015년 전 세계 안티에이징 시장 규모는 336조원으로 추산된다"며 "안티에이징 컨셉트가 확실하고 줄기세포 등 기초의학 연구에서 앞서가며 신약개발 능력도 겸비한 차병원그룹과 협력해 이 시장을 이끌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199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된 벅인스티튜트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인정한 항노화 분야 최고의 국가연구센터로 연간 3100만달러의 연구 예산을 바탕으로 185명의 과학자들이 노화기전과 노화 관련 질병 연구,노화방지 치료법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노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케네디 회장은 노화조절 메커니즘과 관련한 60여편의 논문을 셀,네이처 등에 발표했다. 연구성과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이를 제약 · 바이오산업으로 접목시키는 통찰력 및 대외교섭 능력이 뛰어나 지난해 7월 벅인스티튜트 회장으로 임명됐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