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레이 "한국을 탄소섬유 亞 거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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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카쿠·이영관 사장일본 도레이의 한국 법인인 '도레이첨단소재'가 국내 처음으로 경북 구미에 탄소섬유 생산공장을 짓는다.
구미에 탄소섬유 생산기지 건설
2013년 양산 … 10년간 8800억 투자
"40년 투자, 이익 낸건 10년 안돼 … 한국이 따라잡기 힘들 것"
도레이첨단소재는 1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630억원을 투자,2013년 1월 양산을 목표로 구미 3공장에 연간 2200t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공장 착공은 이르면 이달 말께 이뤄진다. 이 회사는 올 한 해 신사업인 탄소섬유를 포함해 기존 사업인 섬유 및 필름,정보 · 전자 소재 분야에 사상 최대인 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영관 사장은 "올해 탄소섬유는 물론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 분야로 사업을 더욱 확대해 첨단 소재 사업 비중을 계속 높여나갈 방침"이라며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조원(1조12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1조22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첫 탄소섬유 생산기지
도레이첨단소재가 구미에 건설하는 탄소섬유 공장은 도레이가 일본 외에 아시아 국가에서 짓는 첫 탄소섬유 생산거점이다. 해외 21개 국가에 진출한 일본 도레이가 핵심 캐시카우(cash cow)인 탄소섬유 생산기지를 한국에 구축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도레이는 현재 일본 미국 프랑스 독일 등 4개국에서 탄소섬유 공장을 돌리고 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2013년부터 상업 가동에 들어가는 1공장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총 8800억원을 투자,국내 생산 규모를 연간 2만t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중 · 장기적으로 국내 내수와 해외 수출 비중을 50 대 50으로 가져갈 것"이라며 "한국 업체들과 자동차 경량동체,액정표시장치(LCD)소재,로봇팔 등 탄소섬유를 적용할 수 있는 소재개발에 공동으로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탄소섬유는 아크릴 섬유를 태워 만드는 고탄성 · 고강력 소재다. 무게는 철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철의 10배,탄성률은 7배 높다. 이런 특성 때문에 우주 · 항공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풍력발전 블레이드(날개),전기 · 전자 부품,건축 자재 등으로 적용 범위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도레이는 연간 20조원으로 추정되는 세계 탄소섬유 시장에서 30%대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탄소섬유 시장 10년 뒤면 10조원일본 도레이는 한국의 탄소섬유 시장 성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닛카쿠 아키히로 도레이 사장은 "한국의 탄소섬유 시장은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글로벌 대기업들의 수요 증가로 지난해 2400t 규모에서 2020년에는 1만4000t으로 커질 것"이라며 "2020년에는 10조원 이상의 신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효성 코오롱 등 국내 화섬기업들도 2005년 이후 탄소섬유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 소규모 시험설비 가동 등 초기 개발 단계에 머물고 있다. 닛카쿠 사장은 "도레이가 탄소섬유 사업을 시작한 건 40년이 넘었지만 제대로 이익이 나기 시작한 것은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며 "한국 기업들이 수십년간 축적된 도레이의 탄소섬유 기술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1999년 일본 도레이와 ㈜새한의 한 · 일 합작기업(지분 6 대 4)으로 설립됐다가 2008년 1월 새한이 갖고 있던 지분 전량을 도레이가 넘겨 받아 현재는 도레이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