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5년 근무때 혼자 견딘 남편 덕"

기업銀 첫 여성 부행장 권선주씨
"창립 50주년을 맞아 공채 출신 은행장이 처음 탄생한 데 이어 공채 출신 최초 여성 부행장이 돼 영광입니다. "

지난 14일 승진 발령을 받은 권선주 기업은행 부행장(55 · 사진)은 자신의 승진에 대해 이렇게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전 직원들에게 열심히 노력하라는 격려가 담긴 인사"라며 "열심히 하면 누구나 행장이 될 수 있고,여성도 부행장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최초 여성 1급 승진' '첫 여성지역본부장' 등 늘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권 부행장은 올해로 입행 34년째다. 연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직후인 1978년 기업은행에 들어왔다. 은행원이었던 부친과 친척들의 영향으로 은행원이 됐다.

권 부행장이 입행했을 때 부친은 "은행원은 항상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는 지점장일 때 눈에 띄는 실적을 보이지는 못했지만 항상 '고객이 잘 되도록 하는 게 은행에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일했다고 전했다.

권 부행장은 고객만족(CS)센터장을 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고객불만 기상도'라는 시스템을 만들어 고객들의 불만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도록 했다. CS센터장에 이어 프라이빗뱅킹(PB) 사업단 부사업단장을 맡으면서 기업은행에서 처음으로 고객에 대한 세미나 강연을 실시했다. '시골의사'로 유명한 박경철 신세계연합병원 원장을 직접 찾아가 강사로 섭외했다. 권 부행장은 같은 또래 여성들보다 운이 좋은 편이다. 대기업에 다니다가 현재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남편이 든든한 후원자가 돼줬기 때문이다. 함께 은행원 생활을 했던 언니와 여동생은 지점장에 오르지 못하고 은행을 그만뒀다. 권 부행장은 "남편이 회사 생활을 많이 이해해 줬고 상하이 파견 생활 5년 동안 혼자 견뎌줬다"며 "남편이 없었다면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권 부행장에게 후배 여직원들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능력은 우수하지만 상당수가 다른 사람과 감성적 소통,공감능력이 부족한 편입니다. 고객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은행의 업무 실수는 대부분 고객의 말을 경청하지 않아서 생기기 때문이죠."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