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쩡한 남북경협사업] 통일부 대북정책 '실종'

6자회담ㆍ남북당국자 대화
無대응ㆍ無전략 … 오직 북핵
통일부의 대북정책이 실종됐다. 통일 · 외교 · 안보라인의 혼선과 전략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19일 열리는 미 · 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고 있는 북핵문제의 전환 국면이 정작 우리 정부에는 기회가 아닌 위기의 순간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4년차에 들어섰지만 '손에 잡히는' 대북정책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북핵문제의 진전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큰 틀의 대북정책 방향만 설정해놓고 있다. 올 들어서도 북한 지도부가 아닌 북한 주민을 상대로 한 정책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게 전부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 개성공단 · 금강산 관광 등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무대응 · 무전략 · 무언급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야말로 슬로건일 뿐"이라며 "미 · 중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 나온 뒤에야 또다시 대북정책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질 만큼 '뒷북치기'에 급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정부에 과연 대북정책이라는 것이 있느냐"며 "북한을 향한 '변화' 요구만 있을 뿐 변화로 이끌 구체적인 각론은 접근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북정책을 심도 깊게 논의하고 결정해야 할 통일 · 외교 · 안보라인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워싱턴 정가에선 6자회담 또는 남북 당국 간 대화 재개 촉구 등의 공동선언이 준비되고 있다는 말이 무성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어떤 대북정책도 의미가 없다. 미 · 중 회담의 결과를 지켜보자"고 했다. 대북정책의 기조를 놓고 통일부와 외교통상부는 엇박자를 내고 있다.

통일부는 대중국 외교에 좀 더 공을 기울이지 않는 외교부에 불만이고,반대로 외교부는 지난 10년간 대북정책의 실패가 가져온 혼선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일부가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 식의 '직구'만 고집하고 있어 유연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6자회담을 통해 북핵문제가 어느 정도 풀려나가고 북 · 미 관계가 진전된다 하더라도 남북 관계는 현재와 같은 냉각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며 "비전에 그치고 있는 대북정책을 좀 더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