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한전과 장기거래 맺어 넘기 힘든 진입장벽…전선 수익성은 전기銅 값에 '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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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전기 강점과 약점일진전기에는 창립자 허진규 회장의 고집스러움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허 회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59학번)를 졸업한 정통 엔지니어 출신으로 한국무역협회 지적재산권위원장과 한국발명진흥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기술중시' 기업풍토…기초소재~초고압선 일괄 생산공정 갖춰
재무구조도 안정적…현금창출력 순이익 능가
◆기술중시 풍토 · 안정적 재무구조 강점창업자가 엔지니어 출신이라 새로운 발명과 기술을 중시하는 기업 풍토가 일진전기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사업 다각화에 성급하게 나서기보다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40여년간 한우물을 팠다는 점도 경쟁력의 원천이다. 그 결과 일진전기는 국내 전력 · 전선업계에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전력과의 장기 거래관계를 맺고,대규모 설비와 엄격한 검사시스템을 보유함으로써 잠재 진입자들이 섣불리 넘기 힘든 진입장벽을 구축했다.
특히 154㎸급 초고압 전력선에서 VCV(Vertical Continuous Vulcanizing)설비,고전압 · 낙뢰 등에 대한 검사설비를 갖췄으며,전선 기초소재부터 통신선 초고압선까지 아우르는 일괄 생산공정을 갖춘 것은 중요한 경쟁력이다. 최근에는 일진중공업을 합병함으로써 턴기 방식의 일괄 수주가 가능해져 수익성이 높은 초고압급(HV) 전선 · 전력 제품의 수주 및 판매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업황 전망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성숙기에 진입한 산업이라 신규 진입이 제한적이며,글로벌 전선 수요는 당분간 견조한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최근 선진국과 중동 중국 인도 등 이머징마켓을 중심으로 한 수요 증가로 꾸준한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14% 증가해 '1조클럽'에 가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진전기의 또 다른 강점은 대한전선과 달리 인수 · 합병(M&A)에 체력을 소모하지 않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췄다는 점이다. 사업 성격 상 설비투자가 제한적이어서 실질적인 현금창출력은 순이익 규모를 능가한다. 이에 따라 재무구조는 꾸준히 개선돼 작년 9월 말 기준 부채비율이 102%,차입금 의존비율은 22%로 매우 안정적인 수준이다. ◆'성장동력 부재' 극복 위해 적극 투자
일진전기의 약점으로는 아직은 전체 매출에서 75%나 차지하는 전선부문의 수익성이 원재료인 전기동 LME 가격과 환율 변동에 민감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회사 측은 나선을 제외하고는 수주 시점의 전기동 가격을 기준으로 판매가격을 결정하고,계약 이후의 가격변동에 대해서는 파생상품으로 헤지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2008년과 같이 전기동 가격이 하락하면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반면 영업 외로 선물환 관련 손실을 반영해야 한다. 따라서 경쟁사인 LS전선과 대한전선보다 영업이익률은 높게 나오지만,실질적인 수익 변동성은 높아질 개연성이 있다.
일진전기의 또 다른 약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은 새로운 성장동력의 부재다. '한우물 파기'는 안정을 얻는 대신 새로운 산업으로의 변신과 성장을 희생해야 하는 속성을 지닌다. 그러나 최근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기존 사업에서 설비 확장은 물론 2차전지 소재,스마트그리드,수력 · 풍력발전기,매연저감장치와 같은 친환경사업 등에 공격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투자를 위한 자금 마련과 사업성이다. 천안공장 매각으로 홍성공장으로의 성공적 확장이전이 가능했듯이 장부가로만 3000억원에 이르는 화성 · 수원 · 인천공장 부지 매각으로 이런 투자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일진전기는 국내 최초로 2차전지 핵심소재 중 하나인 Si계 음극활 물질 양산특허를 출원했다. 또 국내에서는 수위를 점하고 있는 디젤자동차 매연저감장치와 관련,세계 유수의 자동차회사와 양산기술용역 개발 본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장기적 성장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첨단 기술에 대한 도전이 일진그룹에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일진다이아몬드와 일진디스플레이가 추진했던 CNT BLU도 삼성전자나 LG전자에 의해 선택됐다면 상당히 혁신적인 제품이 될 수 있었다. Si계 음극활 물질도 동일 무게,동일 부피에서 흑연계 음극활 물질에 비해 4배 이상 용량의 전력을 저장할 수 있고 정부의 소재국산화를 위한 지원 의지도 적극적이다.
기업의 성장단계는 '태동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로 나눌 수 있다. 일진전기와 일진그룹은 2007년부터 허 회장의 장남인 허정석 사장 체제가 가동되면서 40년간의 첫 사이클을 마감하고 새로운 사이클의 성장기에 놓여 있다.
강성부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위원 bboo@my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