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탈락은 보약…셋업 안정되면 톱10 노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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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PGA 두 번째 출전 앞둔 김비오"새로운 환경이나 잔디,컨디션,의사소통 등은 전혀 문제 없습니다. 다만 최근 바꾼 셋업에 적응하지 못해 제 스윙을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
"페이스 닫는 습관 수정…새 셋업 의식하다 제 스윙 못해"
김비오(21 · 넥슨 · 사진)가 다시 신발끈을 맸다. 지난주 미국PGA투어 데뷔전인 소니오픈에서 3타차로 커트탈락한 그는 20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웨스트골프장에서 열리는 봅호프클래식에 출전한다. 7명의 한국(계) 선수 중 이 대회에 나가는 사람은 김비오와 케빈 나(28 · 타이틀리스트)다. 대기순번 1번이었다가 출전 통보를 받은 김비오는 17일 캘리포니아로 오자마자 드라이빙 레인지부터 찾았다. 소니오픈 내내 그의 머릿속을 맴돌던 셋업(그립) 때문이었다. 김비오는 그전까지 여느 투어프로와는 다른 셋업을 했다. 드라이버샷 어드레스를 하면 페이스가 닫혀 있었던 것.헤드의 토(앞끝)가 목표 쪽으로 5도 정도 돌출해 있는 형태다. 일반 아마추어들이 드로 구질을 내기 위해 일부러 페이스를 클로스하는 것을 연상하면 된다.
그래도 볼은 똑바로 잘나갔다. 하지만 소니오픈 연습라운드를 하면서 다른 선수들처럼 페이스를 목표 라인에 스퀘어(직각)로 정렬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정상'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다 보니 종전에 비해 페이스가 열려 있는 느낌이 들었다. 슬라이스 구질이 날 듯했고,심리적으로도 불안했다. 샷을 할 때마다 그것을 의식하느라 본래 스윙을 할 수 없었다.
"셋업을 바꾼 것에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래서 매 샷 제 스윙을 하지 못했어요. 자연히 볼은 뜻대로 가지 않았고 기분도 우울했습니다. "김비오는 소니오픈에서 커트탈락한 것을 '보약'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투어 데뷔전에서 커트탈락했다고 해서 좌절하지 않겠다"며 "멀리 보자면 오히려 첫 대회에서 성적이 좋아 자만하는 것보다 낫다"고 자위했다. 새 셋업에 대한 적응도가 높아지면 성적도 자연스레 올라갈 것이라는 희망도 내비쳤다.
김비오는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캘리포니아에서 골프유학기를 보냈다. 영어는 수준급이다. 최경주나 양용은 등 '토종' 한국선수들이 미국에 처음 진출할 때 통과의례처럼 겪는 잔디에 대한 적응도 이미 그때 마쳤다.
지난해 드라이버샷 평균거리는 282.4야드(약 257m)로 미PGA투어프로 평균치(287.3야드)에 5야드가량 뒤지지만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옥의 관문'이라고 일컬어지는 퀄리파잉토너먼트를 좋은 성적(공동 11위)으로 통과한 후 "2011시즌에 1승을 노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고,그것을 뒷받침할만한 기량도 갖췄다는 얘기다. 김비오는 이번 대회에 이어 다음 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까지 출전할 계획이다. 그 대회에는 타이거 우즈,필 미켈슨,최경주 등 톱랭커들이 모두 나온다. "셋업이 안정되고 제 스윙을 할 수 있게 되면 커트를 넘어 '톱10' 진입을 노릴 겁니다. 시기를 못박을 수는 없어도 곧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거예요. "
봅호프클래식은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닷새 동안 90홀 경기가 벌어진다. 선수들은 네 코스에서 1~4라운드를 치르고 상위 70명이 최종 5라운드에 나가 순위를 가린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