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차익거래잔액…어찌하오리까

옵션 만기 때마다 '조마조마'
증권사 신고 의존…허수 너무 많아
"없애자" "더 혼란" 대책놓고 혼선

불확실한 차익거래 잔액 통계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꼬리(선물시장)가 몸통(현물시장)을 흔드는 '왝더독' 현상이 심해지고 있지만 위험 대비에 필수적인 시장 정보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내놓은 '11 · 11 옵션쇼크' 재발 방지 대책에도 차익거래 잔액과 관련된 내용은 빠져 비판을 받고 있다.

차익거래란 선물과 현물지수의 차이를 이용해 차익을 얻는 매매 기법이다. 특히 고평가된 선물을 팔고 저평가된 현물을 사는 방식의 매수차익거래는 선물 · 옵션만기일에 한꺼번에 청산될 경우 프로그램 매물 폭탄으로 이어진다. 매수차익 거래가 많이 쌓일수록 현물시장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높아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선물시장이 도입된 1996년부터 차익거래 잔액을 매일 집계,투자자들에게 제공해왔다. 문제는 이 통계가 신뢰성을 잃은 지 오래됐다는 점이다. 거래소는 매일 장이 끝난 뒤 증권사로부터 당일 차익잔액을 보고받아 집계한다. 증권사 신고에만 의존하다 보니 거래내역과 달라도 검증이 어렵다. 증권사들도 거래를 중개할 뿐이어서 정확하게 신고하기가 쉽지 않다. 외국인과 기관이 현물거래는 A증권사에,선물거래는 B증권사에 맡기는 식으로 계좌를 분리하면 차익거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거래소 관계자는 "주식워런트증권(ELW)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등장하면서 이를 연계한 차익거래가 늘어난 것도 집계가 어려워진 이유"라며 "9조원 수준에 이른 매수차익 잔액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투자자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자체 기준에 따라 조금씩 다른 잔액 추정치를 내놓는 형편이다. 일각에서는 정확한 집계를 위해 보완책을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프로그램 거래 시 투자자가 차익거래 연계 여부를 입력하도록 해 주문에 '꼬리표'를 붙이거나,증권사의 정확한 잔액을 재신고받아 통계를 초기화하자는 견해도 나온다. 거래소 측은 신뢰성 없는 정보로 시장에 혼란을 줄 바에는 아예 통계를 없애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누적돼온 통계를 없앨 경우 더 큰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비판에 고심 중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1 · 11 옵션쇼크 뒤 업계 전반의 차익거래 잔액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발표한 대책에 관련 내용은 빠졌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