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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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다마(好事多魔)라더니 국립현대미술관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서울관 건립 세부계획안이 확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는가 싶더니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전 외무부 장관이자 현 대한적십자사 총재의 개인 소장품을 복원하고 보관하다 분실했다는 구설에 휘말렸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은 20여년에 걸친 미술계의 숙원이었다. 1986년 개관한 경기도 과천의 현 미술관은 큰 맘 먹지 않으면 가보기 힘들 만큼 접근성이 떨어지는 탓이다. 실제 봄 가을,바로 옆 서울대공원이 발 디딜 틈 없이 초만원일 때도 미술관은 한적하기 짝이 없다. 1년 내내 어떤 전시가 이뤄지는지는 물론 1층에 놓인 백남준씨 작품이 뭔지도 아는 사람이 적으니 국립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때문에 미술계에선 서울 이전이 힘들면 분관이라도 세우도록 요구하던 중 지난해 1월 경복궁 앞 국군 기무사 부지에 서울관 건립 결정이 내려졌다.
서울관이 들어설 종로구 사간동 일대는 서울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은 역사적 공간이다. 규장각과 사간원 등 조선조 중요 기관이 있던 곳인데다 앞쪽엔 경복궁과 국립고궁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오른쪽 북촌엔 한옥 밀집지역이 있기 때문이다.
또 1990년대 중반부터 유명 화랑들이 들어서면서 삼청동과 북촌은 물론 서쪽 통의동과 효자동까지 이어지는 미술벨트가 조성됐다. 여기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건립되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관광명소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서울관 건립 세부계획이 발표된 날 유종하 총재가 미술관에 뒀던 소장품이 없어졌다며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그가 맡겼다는 작품은 1988년 5만 파운드(현 환율로 8850만원)에 구입했다는 고가품이다. 1988년이면 22년 전이다. 그 사이 전반적인 작품가가 오른 만큼 현재 가치가 얼마일지는 알 길 없다. 2007년 분실 사실을 알고 고민하던 중 결국 수사를 의뢰했다는 걸 봐도 아무나 지닐 수 있는 작품은 아닌 듯하다.
그림의 존재 여부 및 행방을 밝히는 건 경찰의 몫이다. 그러나 외교관이 그처럼 고액의 작품을 샀다는 것도,개인 물건을 국립현대미술관에 보관했다는 것도,그게 사라졌다는 것도 일반인으로선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미스터리다. 차제에 국립현대미술관의 정체성과 목표에 대한 확실하고도 구체적인 점검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은 20여년에 걸친 미술계의 숙원이었다. 1986년 개관한 경기도 과천의 현 미술관은 큰 맘 먹지 않으면 가보기 힘들 만큼 접근성이 떨어지는 탓이다. 실제 봄 가을,바로 옆 서울대공원이 발 디딜 틈 없이 초만원일 때도 미술관은 한적하기 짝이 없다. 1년 내내 어떤 전시가 이뤄지는지는 물론 1층에 놓인 백남준씨 작품이 뭔지도 아는 사람이 적으니 국립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때문에 미술계에선 서울 이전이 힘들면 분관이라도 세우도록 요구하던 중 지난해 1월 경복궁 앞 국군 기무사 부지에 서울관 건립 결정이 내려졌다.
서울관이 들어설 종로구 사간동 일대는 서울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은 역사적 공간이다. 규장각과 사간원 등 조선조 중요 기관이 있던 곳인데다 앞쪽엔 경복궁과 국립고궁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오른쪽 북촌엔 한옥 밀집지역이 있기 때문이다.
또 1990년대 중반부터 유명 화랑들이 들어서면서 삼청동과 북촌은 물론 서쪽 통의동과 효자동까지 이어지는 미술벨트가 조성됐다. 여기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건립되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관광명소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서울관 건립 세부계획이 발표된 날 유종하 총재가 미술관에 뒀던 소장품이 없어졌다며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그가 맡겼다는 작품은 1988년 5만 파운드(현 환율로 8850만원)에 구입했다는 고가품이다. 1988년이면 22년 전이다. 그 사이 전반적인 작품가가 오른 만큼 현재 가치가 얼마일지는 알 길 없다. 2007년 분실 사실을 알고 고민하던 중 결국 수사를 의뢰했다는 걸 봐도 아무나 지닐 수 있는 작품은 아닌 듯하다.
그림의 존재 여부 및 행방을 밝히는 건 경찰의 몫이다. 그러나 외교관이 그처럼 고액의 작품을 샀다는 것도,개인 물건을 국립현대미술관에 보관했다는 것도,그게 사라졌다는 것도 일반인으로선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미스터리다. 차제에 국립현대미술관의 정체성과 목표에 대한 확실하고도 구체적인 점검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