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 지역갈등 고조…정부는 뒷짐

사업지 놓고 2년째 저울질만
과학비즈니스벨트를 놓고 지역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는 사이 충남 광주 대구 포항 울산 경기 등 6곳이 불꽃 튀는 유치 경쟁을 벌이며 지역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18일에는 경남 창원까지 경쟁에 뛰어들었다.

7년간 3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사업은 2009년 1월 확정됐지만 아직도 사업지 선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충청권이냐,비충청권이냐를 놓고 2년째 저울질만 한 탓이다. 충청권은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사업이라는 점을 내세워 정부가 충청을 배제할 경우 '제2의 세종시 사태'가 빚어질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지난 17일 대전과 충남 충북 단체장들은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에 맞서 다른 지자체들도 시민 · 도민협의회를 구성,충청권에 세종시 외에 추가 특혜를 주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의사결정 지연으로 지자체 간 갈등을 빚는 사업은 이것 만이 아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이전,동남권 신공항 건설,무안 · 광주공항 통합,한국뇌연구원 설립 등 핵심 국책사업도 지자체끼리만 싸울 뿐 정부는 2~4년째 팔짱을 끼고 있다. LH 본사 이전은 2009년 10월 부터 본격 논의됐다. 하지만 국토해양부가 주도하는'LH본사 지방이전협의회'는 현재 개점휴업 상태다. 2007년부터 논의한 무안 · 광주공항 통합과 2008년 건립 계획을 확정한 동남권 신공항 사업도 진척이 없다.

정부의 모호한 태도에 따른 지역 갈등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역 민심과 표를 너무 의식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모든 일을 지방에 떠넘기지 말고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