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캡 리포트] 석유난로 세계 1위 파세코…중견 생활가전 업체로 '우뚝'
입력
수정
가전제품으로 매출 절반 올려
인력 20%는 연구개발에 투입
의류건조기ㆍ쌀 냉장고 등 개발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이 사막에서 도피 생활을 할 때 애용한 것으로 유명한 파세코 석유난로.파세코는 세계 석유난로 시장에서 점유율 33%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다. 그러나 이 회사는 석유난로 세계 1위 자리에 만족하지 않는다. 18일 방문한 경기도 시화공단의 파세코 공장에는 난로보다는 생활 가전 제품들이 더 많았다. 유병진 파세코 회장은 "매출의 절반은 가전제품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석유난로의 안정적 수익기반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가전 사업을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롱테일 법칙'의 승리 석유난로1980년대,석유난로는 중소기업이 진입하기엔 매력적인 사업이 아니었다. 장치산업인 데다 중앙난방,가스공급의 발달로 시장규모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업체들은 사양산업이라는 판단 아래 하나둘 발을 빼고 있었다. 그러나 유 회장은 석유난로는 세계 어디에서든 수요가 있기 때문에 경쟁사가 없어지는 건 오히려 기회라고 판단했다. 과감히 시장에 뛰어들었다.
예측은 들어맞았다. 가스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않은 개발도상국이나 러시아 같은 추운 나라에서는 석유난로의 인기가 오히려 점점 올라갔다. 역사의 뒷전으로 사라질 줄 알았던 석유난로는 파세코에 연간 500억원의 매출을 올려주는 효자상품이 됐다. 새롭거나 혁신적이지 않은 소소한 제품이 오히려 꾸준히 팔리며 매출 성장을 견인한다는 '롱테일 법칙'이 통한 것이다. 유 회장은 "지금도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자동조절 기능이나 연비와 화력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신제품을 계속 내놓고 있다"며 "100% 수출만 하던 제품을 국내 소비자들이 먼저 찾아와 출시해 달라고 부탁해 지난해부턴 국내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전분야 R&D 투자 가속페달파세코의 가전제품 부문 성장세도 만만치 않다. 의류건조기,식기세척기 등 빌트인(건물 내 장착) 가전제품을 포함, 총 65개의 상품군을 구비하고 있다. 생산제품의 40% 정도는 제너럴일렉트릭(GE) 등 글로벌기업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하고 나머지는 자체 브랜드로 판매한다. 2000년 처음 이 분야에 진출한 이래 10년 만에 매출 500억원대의 사업부로 일궈냈다. 주로 대기업들이 포진하고 있는 가전완제품 분야에서는 쉽지 않은 성과다.
비결은 지속적인 연구 · 개발(R&D) 투자다. 매년 매출액의 7%를 R&D에 투자하고 있으며,전체 직원의 20%가 R&D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전기식 의류건조기,쌀 보관 냉장고 등 파세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상품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유 회장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시장을 선점하고 품질로 증명하는 것이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남반구 지역에 난로 수출을 추진한다. 계절성을 극복하고 사시사철 일정한 매출을 내기 위함이다. 가전분야에서는 품목 수를 줄이는 대신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유 회장은 "사업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2015년까지 2000억원 매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