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제이콤, CB 납입자금 인출 뒤에 가려진 '의혹'

요즘 보기 드문 전환사채(CB) 납입자금 인출 사건이 터졌다. 제약업체로 분류되고 있는 코스닥 업체 제이콤에서 일어난 일이다.

19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제이콤은 지난달 제이제이인베스트먼트(채권자, 말레이시아 국적)를 상대로 350억원 짜리 CB를 발행했다.이 납입자금은 곧바로 법무법인 '원'이라는 곳에 에스크로(조건부 제3자 예탁) 됐다. 일반적으로 CB 발행 뒤 납입금은 발행사의 자기자금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법무법인이 대신 맡아주고 있던 것이다.

이후 1개월여 만인 지난주 채권자인 제이제이인베스트먼트가 돌연 350억원을 모두 인출해갔다. 물론 나중에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권리도 포기한 셈이다.

제이콤은 그러나 이와 관련해 자세한 해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이 회사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주저앉았다. 제이콤은 "최고 경영진 등 윗선에서만 알고 있는 내용"이라며 "일방적으로 채권자가 인출해 간 돈을 돌려받기 위해 협의 중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이자 자금인출 이유로 나타난 '기한이익의 상실 조건'에 관해서도 제이콤은 "무슨 이유로 채권자가 납입금을 일방적으로 인출해 갔는지 역시 알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양사가 CB 발행시 맺은 계약을 보면 '기한이익 상실 조건'은 압류 또는 경매의 신청이 있을 때 등 11개다. 발행회사의 조건 이행 여부에 따라 인수인은 계약 일부 또는 전부를 취소할 수 있게 돼 있다. '기한이익 상실 조건'은 △압류 또는 경매의 신청이 있을 때 △파산, 기업구조조정(사적 워크아웃포함) 등 절차의 신청이 있을 때 △국세, 지방세, 기타 공과금의 체납처분을 받은 때 △기업이 3개월 이상 영업을 하지 아니하는 때 △'발행회사'가 '인수인'과 체결한 계약 또는 따로 정한 약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이행할 수 없다고 인정한 때 △본 계약에 따른 '발행회사'의 진술 및 보장이 허위 또는 부정확하거나 주요한 사항을 누락하거나 위반하였음이 밝혀진 때 △'발행회사'가 '인수인'에게 제출한 사업계획서상의 내용이 사실과 상이한 사항이 발견되거나 사업계획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인수인'이 판단한 때 등이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