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법인화 이젠 지역 국립대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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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 통해 경쟁력 확보 시급해서울대 법인화 법안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해 서울대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 도전할 자율성과 유연성을 갖게 됐다. 다음 차례는 지역 거점 국립대학들이다. 부산대 경북대 충남대 전남대 등 지역 거점 국립대학도 법인화 전환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학 내부에서 법인화 반대세력의 목소리가 커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순차적 또는 道단위 통합 바람직
지난 30여 년간 지역 거점 국립대의 위상이 계속 추락하고 있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한다. 오늘날 지방의 우수 학생들은 대부분 수도권으로 몰리는 것이 현실이며,소위 수도권 대학들에 우수 교수,연구비 등의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상태가 계속된다면 지역 국립대의 추가적인 동반 추락은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 국립대를 살리기 위해 법인화와 같은 혁신적인 개혁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지역 국립대의 법인화에 교수들의 의견이 찬반으로 나뉘고 있다고 한다. 반대하는 교수들은 국립대학교육의 공공성 훼손,자율성 보장에 대한 의구심,정부 재정지원의 축소,기초학문 고사,등록금 인상,교직원 신분 보장에 대한 의구심 등을 꼽고 있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미 서울대 법인화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됐다. 법인화가 돼도 법인화법에 따라 자율성이 보장되고 등록금 역시 거의 인상되지 않을 것이다. 교직원의 신분 보장도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성격상 염려할 부분이 아니다.
지역 국립대의 법인화 방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모델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로 대학에 따라 법인화 논의의 속도에 차이가 있는 만큼 희망하는 대학부터 먼저 법인화시키는 것이다.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가 연대형태로 빠른 시일 내에 법인화 추진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경우 정부에서 파격적인 지원을 하면서 우선적으로 준비된 몇 개 대학을 먼저 법인화시키는 것이다. 두 번째로 각 도에 있는 국립대학들을 묶어서 도별로 법인화하는 방안이다. 예를 들면 전라남도에 몇 개의 국립대를 묶어 '전라남도 국립대 법인'을 만들고,그 본부를 전남대에 두는 방안이다. 이 경우에 전남대 총장은 총괄총장(president)이 되고,기타 국립대 총장들은 총장(chancellor)이 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모델로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한 연대를 가지고 운영되는 장점이 있다.
세 번째로 일본의 경우처럼 모든 국립대를 동시에 법인화하는 것이다. 이 방안은 노무현 정권 때도 시도된 바 있으나,대학들 간 견해차가 커서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지역 거점 국립대의 법인화를 방치하고 현재와 같이 대학교육 정책을 평준화 · 획일화로 계속 끌고 가는 것은 결국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경쟁력을 떨어뜨리고,선진화를 지연시키는 길이다. 지방 국립대들은 먼 장래를 내다보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법인화를 조속히 서둘러야 한다. 특성화된 지역 대학 법인화를 통해 지역산업과 동반성장하는 모델을 찾아야 할 것이며,정부는 지역 균형 성장 차원에서 재정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난해 12월 나온 교육과학기술부의 2011년 업무보고에는 국립대학 재정 · 회계법 제정,학장직선제 폐지,성과 연봉제 시행,경영정보공시제 등 국립대 선진화 방안이 들어 있다. 이런 방안을 타율에 의해 시행하면 고통스러울 것이지만 법인화를 추진, 자율적으로 시행한다면 각자 스스로의 특색에 맞게 미래지향적으로 운영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의 운영 주체는 교수이다. 교수들이 과감하게 직접 나서서 중지를 모아 법인화 추진의 주체가 되길 바란다.
박성현 <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장 / 서울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