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용량 '양성자가속기' 세계 3번째 독자개발

100MeV급…내년 경주에 설치
원자력·바이오 등 연구에 활용

국내 연구진이 양성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직선 형태로 가속할 수 있는 '대용량 선형 양성자가속기'를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기반공학기술개발사업단은 100메가전자볼트(MeV),20밀리암페어(mA)급 대용량 선형 양성자가속기 본체 제작에 성공했다고 19일 발표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대용량 가속기 개발에 성공한 것"이라며 "유럽연합(EU) 중국 인도 등으로부터 기술제공 및 국제협력을 제안받고 있다"고 말했다.

가속기는 전자 양성자 중이온 등을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켜 특정 물질에 부딪힌 후 해당 입자가 깨진 상태를 분석하거나 이를 토대로 새로운 원소를 만들어 내는 거대기초과학시설이다. 물리학 · 재료과학은 물론 바이오 · 원자력 ·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고 각 분야의 기초원천기술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이 활발히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번에 개발한 양성자가속기는 원자력연구원이 2007년부터 가동 중인 20MeV급 양성자 가속기와 연결돼 2012년 3월께 경주시 건천읍에 건설 예정인 양성자가속기연구센터에 설치된다. 사업단은 2002년부터 8년간 21개 산 · 학 · 연과 함께 연구 · 개발을 진행, 가속기 본체를 개발했다. 사업단은 이 과정에서 국내외 특허 34건을 출원하고 14건을 등록했으며 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저널에 68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사업에는 센터 건설 등을 포함, 총 3000억여원이 투입됐다.

양성자가속기는 많은 양의 양성자를 한꺼번에 높은 에너지를 실어 가속시킬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수소 기체로부터 양성자를 발생하는 '이온원' 장치가 플라즈마를 발생시켜 양성자 빔을 내보내면 이것이 펄스(매우 짧은 시간에 큰 폭으로 진동하는 파동)형태로 바뀐다. 이어 100MeV급 선형가속기와 초전도가속기의 도움을 받아 빔이 가속된다. 1전자볼트(eV)는 1V(볼트)의 전압이 걸려 있는 금속판 사이를 양성자가 지나면서 얻는 에너지를 말한다. 1MeV의 에너지로 양성자를 가속시키기 위해서는 1.5V 건전지 67만개를 직렬로 연결해야 한다. 100MeV 에너지를 받은 양성자는 빛의 속도의 43% 수준인 초속 약 13만㎞ 속도로 날아간다.

현재 국내에는 포항가속기연구소에 전자를 가속하는 3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가 운영 중이며,포항 4세대 선형방사광가속기 ·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원형 중입자가속기 등의 건설이 예정돼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