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뚫어라…현대차 조립공장·SK 유화단지 '잰걸음'

● '자원寶庫' 미얀마 가보니

2월 출범 민선정부 "개혁·개방"…中 견제 위해 한국기업 '러브콜'
현대차, 2월부터 자동차 수출…SK, 통신·석유화학 단지 참여
현대자동차는 미얀마 최대 기업인 뚜(HTOU)그룹과 딜러십 계약을 맺고 다음 달부터 차량을 수출하기로 했다. SK텔레콤,건설,E&C 등 3사는 미얀마 통신 장비와 석유화학단지 건설에 관한 실무협의를 위해 19일 임직원 30여 명을 양곤에 급파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을 통해 현지에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는 포스코는 양곤에 호텔과 외국인 전용 아파트를 건설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들이 마지막 자원 보고(寶庫)로 꼽히는 미얀마로 몰리고 있다. 다음 달 출범하는 민선 정부가 개혁 · 개방을 확대하면 기업환경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한국을 비롯 중국 인도 일본 태국 등 미얀마를 선점하기 위한 각국 기업 간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미얀마 민선 정부에 거는 기대

이냐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50평형 최고급 외국인 아파트의 월 임대료는 2500달러다. 이달에 새로 계약하면서 작년보다 300달러 올랐다. 박철호 KOTRA 미얀마센터장은 "미얀마에 투자하려는 기업인이 몰려오면서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미얀마의 상황은 비관적이었다. 미국 유럽의 경제 제재에다 수출세 명목으로 매출의 10%를 세금으로 가져가는 등 열악한 투자 환경으로 2009년과 지난해 외국인 투자는 단 4건,7725만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거에 따라 다음 달 들어설 민간 정부가 개혁 · 개방을 확대할 것이란 계획이 알려지자 해외 자본이 물밀듯 밀려들고 있다. 관급 건설 분야 전문 기업인 쉐이따옹그룹의 아이뚠 회장은 "정부가 전기,전력,통신 등을 민간에 이양할 것"이라며 "신 정부 출범과 함께 법률을 개정해 외국인 투자 여건 역시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양곤시에서 건축중인 주상복합 건물만 15~20개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기업들 미얀마 진출 '러시'

한국은 작년 12월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이 90여 명의 수행원을 이끌고 방문하는 등 미얀마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7일엔 지경부와 국토경제부 합동 조사단이 양곤을 찾았다. 한국거래소는 이범래 한나라당 의원과 함께 미얀마에 증권거래 시스템 도입을 타진하기 위해 지난 14일 현지 유력 인사를 면담하기도 했다. 기업들의 투자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현지 수입업체에 1년간 차량을 공급하고,이후 양곤에 조립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립 공장과 관련,미얀마 정부는 현대차가 기술만 제공하고 각종 투자 비용은 미얀마 측이 부담하겠다는 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의 타타자동차는 이달부터 연 10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조립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삼부토건 등 건설사들은 미얀마 남부 항구인 다웨이에 건설할 산업단지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조사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김창규 포스코 미얀마법인장은 "자본금 250만달러짜리 법인이 2004년 이후 현재까지 벌어들인 돈이 650만달러가량"이라며 "호텔,아파트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철근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얀마의 잠재력을 계산,가장 발빠르게 접근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이다. 미얀마투자위원회에 따르면 미얀마 최대 투자국은 홍콩을 포함한 중국으로 투자액(작년 6월까지 누계)이 133억달러에 이른다. 2위인 태국(74억달러)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전체 투자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23%다. 이에 비해 한국의 투자액은 대우인터내셔널의 가스전 투자가 대부분으로 투자 점유율은 0.9%에 불과하다. 박 센터장은 "미얀마 정부와 사회 지도층에서 중국의 속국으로 전락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다른 나라 기업에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며 "중국에 대한 견제로 한국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으며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곤(미얀마)=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