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선물] 情과 이야기를 담으세요…받는 기쁨이 커진답니다

백화점·대형마트 상품 본부장의 가격대별 추천 선물

바이어가 수개월간 전국 누비며 발굴한 '명인명촌' 등 강추
롯데百 '근하신년 와인' 눈길
현대百 '양양 자연송이 세트'
신세계百 '거제 건대구 세트'

민족 최대 명절인 설(2월3일)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이맘 때면 가족이나 친지,지인들에게 어떤 선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할까 고민하게 된다.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형편에 맞게 예산을 짜고,친분 관계에 따라 가격대를 정해 보지만 막상 선물 리스트를 작성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혹시나 선물을 받는 상대방이 무성의하다고 느끼지는 않을지,아니면 부담스러워하지는 않을지 망설이게 된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을 찾아 진열된 선물세트를 둘러보고 선물 카탈로그를 뒤적여봐도 마찬가지다. 알뜰형 실속제품부터 최상위층 고객을 겨냥한 고가 프리미엄 선물세트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수많은 상품들이 나와 있지만,선물을 고르는 어려움은 여전하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설 선물세트 기획을 총지휘한 상품본부 수장들은 소비자들에게 어떤 상품을 권할까. 한국경제신문은 소비자들이 선물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롯데 · 현대 · 신세계 등 백화점 '빅3'와 이마트 · 홈플러스 ·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빅3'의 상품본부장들로부터 가격대별로 선물을 추천해달라고 주문했다. 업종 특성을 고려해 백화점은 △10만원 이하 △10만~30만원 △30만원 초과로,대형마트는 △3만원 이하 △3만~5만원 △5만~10만원 △10만원 초과 등으로 나눠 가격대별로 3~5개씩 추천받았다.

◆백화점,협력사와 함께 개발한 상품 추천

백화점 상품본부장들은 정육(한우) 수산물(굴비 멸치 선어) 과일(사과 배 곶감) 등 명절 3대 상품군과 건강식품,와인 등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고 매출비중이 높은 품목들을 고루 추천했다. 추천된 선물들은 대부분 각사가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협력업체들과 개발하거나 해외에서 직소싱해 단독으로 선보이는 상품들이다. 이원준 롯데백화점 전무는 자체 기획해 스토리를 담은 상품을 주로 권했다. 이 전무는 "비슷한 가격대에 같은 상품군이라면 이야깃거리를 제공할 만한 선물이라야 받는 사람에게 특별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2011년 근하신년 와인'(6만원)이 대표적인 상품.신묘년을 맞이해 태양이 떠오르는 호주 동부의 와인 산지인 쿠나와라지역에서 생산한 와인 '카트눅 파운더스 블락 카베르네 쇼비뇽'에 토끼 캐리커처가 그려진 라벨을 부착해 특별 제작한 상품이다. 캐리커처를 그린 허영만 화백의 친필 사인도 들어 있다.

'홍삼뿌린 곶감세트'(36개 · 20만원)도 롯데가 단독으로 선보이는 상품이다. 곶감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홍삼 농축액을 뿌려 만들어졌다. 곶감과 홍삼의 향과 영양이 어우러진 맛이 일품이라는 설명이다. 최고가 추천 품목은 '진도 홍주 명품세트'(250만원).전남 진도군에서 유일하게 전승 · 제조되는 전통주인 홍주를 도예 명장 박광천씨가 만든 도자기에 담았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전무는 전국 팔도의 전통식품 명인들이 직접 담근 각종 장류들을 모은 '명인명촌' 시리즈를 특별 추천했다. 김 전무는 "바이어들이 수개월간 전국을 누비며 발굴한 선물세트"라며 "장인들의 솜씨와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본(味本) 장(醬)' 세트(10만원)는 문순천 명인이 등푸른 생선과 다시마액,무 말랭이로 21개월 숙성시킨 제주 해어림 어간장,한금수 장류연구소장이 순창 전통 방식으로 담근 간장,전남 장흥의 김영습씨가 유기농으로 재배한 매실을 넣어 숙성시킨 간장으로 구성했다.

'3도 명장세트'(18만원)는 김병룡 명인(전북 전주)의 궁중비법 서리태 진간장인 '숙황장',김종희 명인(충북 청원)의 600년 종갓집 된장,성명희 명인(경기 양평)의 전통 된장 등 3개 도의 깊은 장맛을 함께 담았다. 김성환 신세계백화점 부사장은 가격대별로 지역 특산물과 단독 수입 상품을 골고루 추천했다. '거제 외포 건대구 세트'(20만원)는 수심 30m 이하 바다에서 잡은 생대구를 경남 거제도 외포항에서 자연 해풍에 보름가량 말린 건대구를 선물세트로 특별 제작했다. 건대구는 '거제 8품' 중 하나로 꼽히는 거제도 특산품이다. '울릉도 더덕세트 2호'(1.4㎏ · 8만원)는 울릉도 생산 농가와 산지 직거래를 통해 가격을 낮춘 상품이다.

'블루베리 누보'(500㎖ · 3만8000원)는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10대 건강식품 중 하나인 블루베리로 만든 건강음료로 다량의 항산화 성분이 함유돼 있다. 생으로 마셔도 좋고 생수에 희석해서 먹어도 좋다는 설명이다. '데달로 프리미엄 햇 오일 세트'(5만8000원)는 이탈리아 시실리섬에서 지난해 재배한 햇 올리브 열매로 만들었다. 신세계백화점의 단독 상품으로 산도 0.2%의 프리미엄 엑스트라 버진 오일만 사용했다.

◆대형마트,실속형 세트 · 안심 먹거리 '강추'

대형마트 상품본부장들도 1만원 미만의 초저가 상품부터 50만원 이상의 고가 세트까지 폭넓게 추천했다. 저가 선물수요부터 최근 커지는 프리미엄 고가 수요를 모두 겨냥한 것이다. 상품군별로는 대형마트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가공 · 생활용품 세트와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해 청정지역에서 자랐거나 친환경 방식으로 재배한 신선식품들을 추천목록에 주로 올렸다.

하광옥 이마트 부사장은 그동안 명절 선물 시장에서 인기를 모은 세트를 권했다. '동원 25호'(2만9500원)는 이마트가 2003년부터 단독으로 선보인 상품으로,가공식품 세트 중 9년 연속 매출 1위를 기록한 베스트셀러다. 참치캔(165g) 12개와 런천미트(200g) 4개가 들어 있다. 가격대와 상품구성이 부담없이 선물하기에 적합하고 명절 이후 가정에서 반찬으로 활용하기도 좋아 주부들이 선호하는 상품이라는 설명이다.


'려 흑윤생기 기프트 2호'(3만8900원)는 한방 탈모샴푸 1위 브랜드 '려'를 프리미엄 생활용품 세트로 구성했다. 지난해 추석 시즌 1만원 미만의 생활용품 세트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품목이다. 'CJ 프리미엄유 6호'(7900원)는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포도씨유(500㎖)와 카놀라유(500m · 2개)로 구성한 상품으로,지난해 조미료 세트에서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마트가 대표적인 가격혁명 세트로 내세우는 상품으로 세트 상품을 낱개로 살 때보다 40%가량 저렴하다.

이성철 홈플러스 전무는 해외에서 직소싱한 생활용품,와인,산지 농가와 사전 기획한 농축산물 등 차별화 상품을 주로 추천했다. '아이카 사각찬기'(1만6800원)는 홈플러스가 설을 앞두고 일본에서 2만개 한정으로 직접 들여온 세트다. 일본 특유의 정갈하면서도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특징이라는 설명이다.

'자연이 선물한 친환경 대봉시'(8만5900원)는 청정지역인 전남 영암에서 재배된 80g 이상 대봉시를 선별해 바람에 말린 친환경 곶감을 24개 담았다. '천년 하늘아래 750년 고목나무 곶감'(29만9000원)은 경북 상주에 있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감나무(수령 750년)에서 자란 감을 말려 구성한 세트다.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 홈플러스가 지난해 생산된 전량을 사전 계약해 40세트(세트당 30개)를 만들었다. 최춘석 롯데마트 상무는 지역 특산물 재배 농가와 산지 직거래를 통해 제작한 희귀 상품들을 추천목록에 올렸다. '명품 해남 땅끝 산소마을 김세트'(4만3500원)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역인 전남 해남 산소마을에서 재래 방식으로 키운 원초를 선별해 만든 김을 국내산 천일염으로 조미한 프리미엄 상품이다. '금사과 선물세트'(10만~12만원)는 금가루를 분해해 정제된 증류수에 용해하고 이를 사과나무에 뿌려 사과 내 미네랄 형태로 금성분을 보존하는 기술로 재배한 금사과를 15개 담았다. 안동 농협과 직거래해 500세트를 준비했다. '울릉도 섬더덕세트'(2㎏ · 19만~20만원)는 청정지역 울릉도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재배한 더덕을 뿌리당 200g 이상의 '특대' 사이즈만 선별해 구성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