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시작은 半 아닌 전부"…작은 승리를 자주 성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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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라 그들처럼|서광원 지음|흐름출판|268쪽|1만2000원유명한 여성 최고경영자(CEO) 칼리 피오리나가 루슨트테크놀로지에 근무할 당시 인수한 어센드커뮤니케이션 측과 세일즈 부문 합동회의를 가졌을 때였다. 마초적인 카우보이 문화가 지배했던 어센드의 남자 직원들은 루슨트의 세일즈 우먼들을 깔봤다. 연단에 오른 피오리나는 바지를 걷어 자신이 카우보이 부츠를 신었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뒤돌아 웃옷을 벗기 시작했다.
좌중은 깜짝 놀랐다. 천천히 돌아선 그녀의 바지 앞쪽은 남성의 그것을 연상시킬 만큼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우리(세일즈 우먼)의 그것도 여기 있는 누구보다 크다는 걸 이제 알았죠?" 좌중에선 환호성과 박수가 터졌다. 양측은 서로에게 마음을 열었다. 그녀는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엉뚱한 짓이긴 했지만 효과적인 의사소통이란 상대가 알아들을 만한 언어로 말하는 것이다. 나는 핵심을 찔러 표현했을 뿐이다. " 피오리나는 새로운 조직에 부임할 때마다 자신의 것을 강요한 게 아니라 '그들의 언어'로 말해 받아들이도록 했다.
성공한 사람들은 이처럼 시작부터 달랐다. 보통 사람은 큰맘 먹고 열심히 시작하지만 그들은 정교하게 시작한다. 우리는 이 정도면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하지만 그들은 만의 하나까지 고려하고 시작한다.
《시작하라 그들처럼》은 우리가 간과했던 '시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는 무조건 시작해보자는 단순한 열정이나 용기만으로는 절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다고 말한다. 남들과 다른 시작,의미 있는 시작만이 성과를 만들어 낸다. "시작이 반이란 말은 통하지 않는다. 시작은 전부다"라는 설영홍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의 말을 인용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방법을 가르쳐준다. 성공하는 이들은 보이지 않게 시작한다. 기본부터 차근차근 밟아가다 첫승을 거두고 주도권을 잡는다. 한방에 큰 것을 이루려 하기보다는 작은 승리를 자주 성취한다.
남자가 여자에게 접근할 때도 첫 마디가 중요하다. 심리학자 마이클 커냉햄이 시카고 한 술집에서 '작업 멘트'를 관찰한 결과 "장담하건대 내가 당신보다 술이 세다"는 식으로 자신을 내세우는 남자는 거절당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