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도 얘기처럼…'스토리 아트' 뜬다

박돈·송이거·나현씨 등 작품전
일상의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스토리 아트'가 새해 화단을 수놓고 있다. '스토리 아트'는 행복 추억 사랑 골프 신화 가족 등 일상 소재를 통해 현대인의 낭만과 서정성을 담아내는 작업이다.

중국의 젊은 작가 송이거(행복)를 비롯해 강석현(추억),나현(역사),박돈(향수)씨 등이 작품전을 통해 다양한 스토리 아트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연초부터 '스토리 아트'가 주목받는 것은 현대미술의 난해한 기법을 넘어 관람객과 쉽고 편하게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난감과 인형의 캐릭터를 소재로 행복을 이야기하는 팝아티스트 강석현씨(31)는 20일 서울 팔판동 갤러리 인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시작했다. 강씨는 어린 시절 갖고 놀던 인형을 통해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동화적 감성을 액자소설식으로 보여준다.

최근 한 화장품 회사와 함께 작업한 '해피 셀스'(Happy cells)는 제목처럼 세포를 캐릭터로 표현한 것.행복하게 웃는 세포들이 확산되면 노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형상화했다. 화면에 퍼져나가는 귀여운 캐릭터들을 보고 있으면 행복 세포가 늘어나는 느낌이 든다. 다음 달 17일까지.(02)732-4677

중국의 신진 작가 송이거(30)는 어린 시절의 추억과 여린 감성을 화면에 담아낸다. 그는 '행복'이란 단어를 작품 제목에 차용하면서 신세대의 감성에 초점을 맞춘다. 중국 화단에서 물통이나 낡은 소파,때묻은 욕조,학교 복도 등 일상 속의 사물과 과거의 추억을 옴니버스식으로 묘사한 '행복'시리즈로 인기를 끌고 있다. 내달 6일까지 이어지는 갤러리현대 강남점의 개인전에는 어른이 된 후 어린 시절을 둘러보고 온 이방인처럼 따끈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인기 작가 쩡판즈가 발굴한 만큼 향후 작업도 기대된다. (02)519-0800

역사적 사건이나 사실을 미술로 형상화한 다큐멘터리형 작품전도 등장했다.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의 '2011 내일의 작가'에 선정된 나현씨(41)의 작품전이 눈길을 끈다. 2008년부터 3년간 맘모스가 소금을 따라 이동한 루트인 '맘모스 스텝'(바이칼~시베리아~신안 염전) 탐사 결과를 보고하는 형식으로 꾸민 기획전이다. 전시회 제목도 '보고서-민족에 관하여'로 정했다.

탐사 작업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인문학적 감성으로 보여주는 게 이채롭다. 내달 27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6 · 25전쟁 때 실종된 프랑스 군인의 추적,안산에 거주하는 외국 노동자 관련 작업도 만날 수 있다. (02)737-7650원로화가 박돈씨(83 · 본명 박창돈)는 향토색 짙은 화면으로 한국적인 정서와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담아낸다. 황해도 장연 출신으로 1949년 남하한 그는 토벽 벽화 같은 느낌의 향토적인 화면과 토기 · 백자항아리,시골 풍경의 소년소녀,초가 등으로 한국적인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서울 전농동 롯데갤러리에서 작가의 60년 화업을 돌아보는 '태초를 열다'전에는 1950년대부터 지난해 신작까지 40여점이 전시됐다. 서울 전시(26일까지) 이후 롯데갤러리 부산본점(28일~2월24일),광주점(2월26일~3월15일)으로 이어진다. (02)3707-289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