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北 '진정성' 입증이 대화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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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서 인식공유 확인…한국도 4강과 실용외교 강화해야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최고지도자로는 14년 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정상회담은 중국이 G2로 불릴 만큼 국력 신장이 이뤄진 뒤 개최됐다는 측면에서 기존 패권국가인 미국이 새롭게 부상한 중국과 어떤 관계를 형성할 것인가를 볼 수 있는 시금석이다.
최대 선진국인 미국과 최대 개발도상국인 중국의 관계 전망에 관해서는 대립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우선 중국의 국력이 미국 국력에 육박할 경우 두 강대국 간 대립과 충돌은 피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있다. 즉 중국은 기존 국제질서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중국위협론이다. 다른 시각은 미국과 중국은 갈등보다 협력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견해다. 중국이 개방경제와 세계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현존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국익을 증진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패권을 다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국제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국제법과 국제규범을 존중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환율,인권 및 대만 문제 등과 같은 구체적인 의제에 관해서는 갈등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동북아 지역을 포함한 국제질서에서 평화와 안정 및 지역번영에 양국이 공동 이익을 가지며 이를 위해 대국으로서 책임을 강조하는 양국 협력에 보다 방점이 놓였다.
우리로서는 지난해 사태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이후 개최된 미 · 중 정상회담이기 때문에 북한문제와 한반도 정세를 두 정상이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해결의 방향성을 보일 것인가가 관심사였다.
한반도 문제는 미 · 중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왜냐하면 천안함 피폭,북한 핵문제와 6자회담 재개 논란,연평도 포격과 뒤이은 서해에서의 대규모 한 · 미 연합해상 훈련 등 현안들에 대해 미국과 중국은 상충되는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 후 나온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문제는 중요하게 다뤄졌으며,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관한 미 · 중 공동이익이 강조됐다. 공동성명에서는 우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하며 관련 당사자들과 공조협력을 강화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북한의 무조건적인 대화재개 요구에 대해 미 · 중 공동성명에서는 '진정성 있고 건설적인' 남북대화가 필요하다고 했기 때문에 한국의 입장을 지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북한이 주장하는 우라늄 농축프로그램(UEP)에 대해 우려'를 밝혀 북한 UEP가 '안보에 위협'이라는 미국 측 입장에 중국이 일정 부분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미 · 중 간 한반도 정세에 관한 인식을 공유한다는 것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번영에 매우 긍정적인 환경이다. 미 · 중 간 의견 불일치와 대립구도의 첨예화는 한국은 친미,북한은 친중이라는 냉전시대의 논리를 부활시켜 한반도를 강대국 정치의 볼모로 전락케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동성명에서 표명된 북한 핵개발에 대한 우려와 '진정성 있는' 남북대화 필요성을 북 · 중 관계에서 어떻게 실현시킬지가 중국의 외교적 과제가 될 것이다. 더욱이 북한의 군사적 도발 이후 강화되고 있는 한 · 미 · 일 3국 군사협력과 공조가 자국의 이익에 부정적 요소라고 중국이 인식한다면 북한에 적절한 압박을 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 · 중 정상회담 이후 우리에게 유리하게 전개되는 한반도 정세의 흐름을 배경으로 정부는 실용외교를 더욱 강력하게 전개할 필요가 있다. 한 · 미 동맹을 굳건히 유지하는 한편,중국 및 러시아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인 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안정되고 평화로운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를 유지하는 것이 곧 한반도 이해 당사국 간 국익을 공유하는 것이라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김호섭 < 중앙대 국제정치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