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서구식 게임의 룰' 수용한 중국, 무서워 할 이유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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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중국은 서구를 위협할 수 없나|에드워드 스타인펠드 지음보잉 여객기 200대를 한번에 사주고 미국 국채의 최대 큰 손이며,보유 외환만 지난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8배(2조8000억달러)를 웃도는 중국.이런 '오늘의 중국' 뒤에는 마오쩌둥 사후(死後) 시작된 그들만의 발전방식이 있었다고 중국 관료들은 입버릇처럼 얘기한다. 공산당이 계획경제와 서방 자본주의 사이에 제3의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낸 덕분이라는 것이다.
|구계원 옮김|에쎄|446쪽|1만9800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서로의 발전방식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이는 중국에서 경제의 급격한 변화가 있었을 뿐 정치 체제는 진보하지 않고 있다는 서구의 비판과도 맥이 닿는다. 중국이 세계 질서를 흔들 것이라는 위협론도 마찬가지다. 《왜 중국은 서구를 위협할 수 없나》는 이 같은 통념을 조목조목 반박한다. 중국의 혁명은 1989년 톈안먼사태 이후 때마침 본격화된 '세계화'라는 국제 경제 질서에 중국이 적극 편입되면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먹는 것부터 집과 직장까지 지정받고 심지어 결혼과 이혼까지 허가받을 만큼 개인 삶의 방식을 '단웨이(單位)'로 통칭되는 국영기업과 정부조직에서 결정했던 체제가 허물어진 것도 이때였다. 그 공백을 '시장'이 치고 들어갔다. 중국의 성장신화는 이 같은 사회체제의 변화와 함께 단일 기업 내에서 이뤄지던 생산 단계를 여러 국가의 기업에 분산하는 세계화의 흐름에 편승키로 한 공산당의 선택 덕분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그는 중국이 아웃소싱을 통해 미국이 주도한 '서구식 게임의 룰'을 수용했다고 갈파한다. 세계무역기구 가입과 국유기업의 해외증시 상장도 국제표준을 받아들이는 채널이 됐다.
중국의 이 같은 변화는 서구에도 이익을 가져다줬다. 미국과 유럽,일본은 덕분에 지식산업과 신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식으로 세계 질서를 재편하면 충돌이 있겠지만.기존의 세계 질서에 적극 편승한 이상 중국이 서구를 위협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