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에…한파에…설연휴 따뜻한 '南國'서

이틀 연차내면 최장 9일 휴가
동남아ㆍ일본ㆍ중국 등 해외 패키지 상품 예약 끝나
항공사 예약률도 90% 웃돌아
서울 잠원동에 사는 배상영씨(48)는 오는 31일과 2월1일로 예정했던 연월차를 쓰지 않기로 했다. 큰아이 대학입학 기념으로 설 연휴에 떠나기로 한 4박5일 태국 가족여행 계획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배씨는 "대형 여행사에 문의해도 설 연휴에 출발하는 해외여행 패키지는 거의 모두 동났다는 소리만 한다"며 "할 수 없이 설 연후 이후에 떠나는 패키지 상품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설 연휴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대형 여행사들이 준비한 패키지 상품이 일찌감치 마감됐고 해외행 항공기도 거의 만석으로 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일 정도다. 이번 연휴 해외여행 행렬이 역대 최대 인원을 기록한 2008년보다 길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해외여행이 폭증한 것은 올 겨울이 유난히 추웠던 데다 구제역으로 지방여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호남 등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일부 지역이 아예 고향방문 자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해외로 발길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 또 이틀만 연월차를 내면 최장 9일까지 쉴 수 있는 것도 한몫했다. 경기회복세에 따른 환율하향 안정세도 요인이다.

여행사별로 보면 하나투어의 설 연휴(2월1~4일) 해외 패키지상품 예약자는 3만4000여명으로 지난해보다 2.3배나 늘었다. 해외 출국자가 가장 많았던 2008년 설 연휴(2월5~8일)에 비해서도 36.5%나 많은 수치다.

정기윤 팀장은 "일본 도쿄 일부와 중국 베이징,상하이 일부 상품을 제외한 모든 패키지의 예약이 마감된 상태"라며 "항공 좌석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해외여행 수요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늘었다"며 "이번 설 연휴는 지난해보다 11일가량 빠른 45일 전부터 예약이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지역별로는 동남아 일본 중국 순으로 예약이 많았다. 지난해에는 중국 동남아 일본 순이었다. 따뜻한 동남아 지역과 온천에 대한 수요가 혹한 탓에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모두투어를 통해 설 연휴에 출발하는 패키지 상품을 예약한 이들은 20일 현재 2만8000명으로 지난해의 세 배에 육박한다. 남수현 팀장은 "연휴를 길게 즐길 수 있어서인지 5일 이상 중장거리 노선 상품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연휴 사상 가장 많은 인원이 예약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여행객들도 동남아를 선호했다. 전체 예약인원의 42%가량이 동남아 여행지를 선택했고 도시별로는 태국 파타야를 찾는 이들이 가장 많았다. 홍콩과 일본 규슈 도쿄,태국 푸껫,캄보디아 시엠레아프,필리핀 세부,일본 오사카,베트남 하롱베이 순으로 나타났다. 롯데관광도 5000명이 설 연휴에 출발하는 상품을 예약해 지난해 설보다 두 배 가량 늘어난 수치를 보였다. 반종윤 팀장은 "해외여행 수요가 최대 호황을 누렸던 2008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 예약경쟁률도 치열하다. 아시아나의 주요 노선 예약률은 90%를 웃돌고 있다. 2월1일 이륙하는 동남아와 일본 노선은 99%의 예약률을 보였다. 미주노선도 93%였다. 다음 날 출발하는 대양주노선과 유럽노선도 각각 89.4%,95.3%의 예약률을 나타냈다. 대한항공은 동남아 99%,중국 93%,유럽 90% 등의 예약률을 보였다. 국내에선 제주노선이 모두 만석으로 표를 구하기가 어렵다.

김재일/김인완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