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경협에 묻힌 中 인권

19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근처에 있는 워싱턴 펜실베이니아 거리에서는 10여명의 인권운동가들이 탈로 얼굴을 가린 채 중국의 인권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의 손에는 '티베트인 학살을 중단하라''후진타오는 부끄러워하라'는 피켓이 들려 있었다. 한 시위자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티베트자치정부 총서기로 있을 때 폭압정치로 수많은 티베트인들을 죽였고,지금도 800여명의 티베트인 정치범들이 감옥에 있다"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후 주석에게 인권문제를 과감하게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백악관에서는 정상회담을 마친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솔직하게(candidly)' 중국 인권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인권 문제가 양국 간 긴장 조성의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협력을 저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후 주석도 "중국은 보편적 인권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며 "중국은 인권문제에 관해 여전히 해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후 주석의 이 같은 언급에 대해 일부 외신들은 "중국이 인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시인했다"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인권에 대해 우리는 상이한 국가적 환경을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중국은 미국과 상호 존중 및 내정 불간섭 원칙에 바탕을 두고 대화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피해갔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은 후 주석을 '부드럽게' 압박했고,후 주석은 일반론만 피력했다"고 담담하게 평가했다.

정상회담이 끝난 뒤 대부분의 미국 언론들은 보잉기 200대를 비롯해 450억달러를 푼 중국의 통큰 구매에 초점을 맞춰 기사를 내보냈다. 로이터통신은 후 주석 방미를 통해 미국의 실업률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가 미국 정부 최대의 관심사였다고 전했다. 중국 언론들 역시 양국의 협력관계 구축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자국이 미국에 450억달러의 수입패키지를 제시한 점을 강조했다. 양국 정상의 인권에 대한 언급은 단 한줄도 보도하지 않고 있다. 티베트의 한 인권운동가는 이날 ABC방송에 출연,"중국과 미국이 무역을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인권을 희생시킨 대가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항변했다.

김태완 국제부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