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괴 허위유통, 부가세 돌려주지 마라"
입력
수정
대법 판결…2조 세수 추가 확보금지금(金地金)을 국내에서 허위로 '뺑뺑이' 유통시킨 뒤 해외로 수출한 금도매업체에는 국가가 부가가치세를 환급해줄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금지금이란 순도 99.5% 이상의 금괴와 골드바 등 원재료 상태의 금을 일컫는 말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20일 금도매업체 B사가 종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등 부과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국가 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B사는 금지금 자전(自轉)거래 과정에서 속칭 '폭탄업체'로부터 발급받은 세금계산서를 근거로 부가가치세와 가산세 140억원을 낼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금지금을 수출하는 대형 도매업체가 돌려받는 세금은 악의적인 폭탄업체가 포탈한 세금"이라며 "B사의 세금 환급 주장은 부가가치세 체제를 훼손하고 보편적인 정의관과 윤리관에 비춰도 용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이번 판결로 현재 재판에 계류 중인 60여건의 유사소송에서도 국가가 승소해 5700억원 안팎의 세수를 확보하고 알루미늄,컴퓨터 칩,섬유 등 다른 품목의 허위 거래까지 합치면 2조원에 달하는 세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금지금 자전거래는 대형 금도매업체가 다른 도매업체들과 공모해 금지금이 실제로 유통되는 것처럼 허위 거래를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른바 '폭탄업체'가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뒤 곧바로 폐업해 부가세를 내지 않고,대형 도매업체는 금지금을 해외로 수출하면서 국가에 부가세 환급을 요청한다. 국가에 내야 할 세금을 대상으로 폭탄업체의 탈세와 대형 도매업체의 부가가치세 환급 등 2단계에 걸쳐 세금착복이 이뤄지는 것.금지금이 원칙적으로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으로 분류되지만 금시장 양성화를 위해 일정요건의 금지금에 대해 부가세를 면제해주는 특례제도(조세특례제한법 106조)를 악용하는 방식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