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단순한 구글 첫 화면…생각의 틀 바꾸는 게 진짜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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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퍼런트 | 문영미 지음 | 박세연 옮김 | 살림Biz | 328쪽 | 1만5000원"오늘날 기업들은 점점 '차별화의 대가(大家)'가 아니라 '모방의 대가'가 되어가고 있다. 더욱 더 비관적인 것은,자신들이 지금 만들어 내고 있는 미묘한 차이들을 과대평가한 나머지 끊임없이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벌거벗은 임금님 혼자 자신이 멋진 옷을 입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
고만고만한 차이는 모방에 불과…하향평준화로 결국 공멸 불러
'넘버원'보다 '온리원' 추구해야
2007년 아시아계 여성으론 최초로 하버드 경영대학원 종신교수에 임명된 재미교포 2세 문영미 교수는 《디퍼런트》에서 이렇게 지적한다. 그의 설명은 역설적이다. 기업들은 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제품군의 종류를 확장하면서 남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려 최선을 다하지만 이런 노력이 결국 다른 경쟁자들과 똑같게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가령 에너지바,휴대용 CD플레이어,콜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 소비자들은 기껏해야 3~4개 브랜드 중 하나만 고르면 됐다. 하지만 에너지바의 경우 현재 미국에서만 60여개의 브랜드가 진출해 있고,그 중 '파워바'라는 브랜드 하나만 해도 40개 이상의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음악 플레이어 시장에는 100여개의 브랜드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특정 카테고리(범주)가 성숙할수록,그 범주 안의 브랜드와 제품이 늘고, 제품 간의 차이는 좁아진다. 아주 열성적인 소비자 외에는 차별화를 실감할 수 없게 돼버리는 것이다.
문 교수는 이런 현상을 '진화의 역설'이라고 부르면서 카테고리의 진화가 기업의 경쟁력을 계속 갉아먹는다고 경고한다. 스타벅스가 아침식사 메뉴를 개발하고 맥도날드는 매장에 커피바를 만드는 식의 경쟁은 하향평준화와 공멸을 부를 뿐이라는 소리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차별화와 점점 멀어지게 하는 경쟁의 쳇바퀴에서 과감히 뛰어내리라고 문 교수는 주문한다. 고만고만한 차별화나 경쟁은 하나마나다. '소비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손님에게 친철하라''따뜻한 이미지 광고가 먹힌다' 등의 상투적 마케팅 이론과 고정관념도 버려야 한다. 대신 세상을 향해 근본적으로 다른 가치를 제공하라고 해법을 제시한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저가항공사 젯블루,이케아 등 수많은 아이디어 브랜드의 사례가 이를 말해준다. '손님에게 친절하라'는 명제만 해도 그렇다. 대부분의 기업이 이를 절대적인 지침처럼 떠받들고 있지만 과잉친절은 역효과를 낸다. 인터넷 포털들은 뉴스,날씨,스포츠 등 한 가지 정보라도 더 제공하려고 메인 화면에 온갖 정보를 다 담고 있지만 막상 사용자들은 헷갈리기만 한다. 소비자들의 심리를 활용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가 구글이다. 구글의 첫 화면은 단순하다. 그래서 참신했고 인터넷 검색 시장 1위로 올라섰다.
몇 년 전 유타주에 처음 인앤아웃 버거 매장이 들어섰을 때 일대 소란이 벌어졌다. 인앤아웃 버거를 먹기 위해 800㎞를 달려온 브리검영대 대학생도 있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 인앤아웃 버거 매장으로 가는 길은 너무나 험난하다. 도착해서도 오랫동안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도 인앤아웃 마니아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얼마나 멀리서 왔는지,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편리함이나 친절과는 거리가 먼 상품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케아는 고객이 외진 상점까지 찾아와서 물건을 직접 조립하게 하고 홀리스터는 나이가 많거나 뚱뚱하면 매장에 들어오기 불편하게 만든다. 마마이트는 입맛에 안 맞으면 '그냥 떠나세요'라고 외치고,인앤아웃버거는 딱 6가지 메뉴만을 고집한다. 그런데도 이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혁신을 통해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새로운 가치를 창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강조한다. "차별화란 전술이나 일회적인 광고 캠페인,혁신적인 신제품, 마일리지 프로그램이 아니다. 진정한 차별화란 새로운 생각의 틀이다.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이다. "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