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검사 1위 셀지노믹스의 '기막힌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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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ㆍ영업비밀 통째 빼앗겨 폐업셀지노믹스는 유망 바이오벤처기업이었다. 병원이 의뢰하는 유전자검사 시장에서 점유율 60%로 이 분야 1위였다. 병원 환자를 대상으로 성인병에서 성병까지 모두 진단하는 유전자검사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이오벤처로는 드물게 2007년 매출 54억원,영업이익 1억5000만원을 올리기도 했다.
檢, 직원 빼간 회사 대표 기소
하지만 2008년 이 회사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이름을 대면 알 만한 큰 기업의 자회사 김모 대표가 인수하려 했던 것.하지만 셀지노믹스 안모 사장은 거부했다. 김씨는 셀지노믹스 부사장 최모씨에게 접근,희한한 약속을 했다. 셀지노믹스와 같은 업종의 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니 직원들을 이직시키고 영업상 주요 자산을 가져오면 부사장 직책을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최씨가 이를 받아들이자 김씨는 셀지노믹스 직원들을 은밀히 모아놓고 임금을 20~30% 올려 대기업 수준으로 대우해주겠다며 이직을 권유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회사 측과 맺은 동종업종 이직제한계약서 때문에 움직이지 못했다. 최씨는 아이디어를 냈다. 안 사장을 만난 그는 회사실적(2008년)이 안좋아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있다고 사장을 설득,직원들에게 회사직인이 찍힌 이직허용 서약서를 나눠주도록 했다. 안 사장은 직원들이 몽땅 이직할 줄은 까맣게 몰랐다.
2009년 1월 전 직원 중 2명만 남고 19명이 한꺼번에 회사를 나가버렸다. 이들은 회사 거래처 목록,유전자검사 거래단가 등 영업자료도 사장 몰래 가져가 김씨가 설립해둔 Y회사로 유출했다. 셀지노믹스 부사장이었던 최씨는 새로 설립된 회사의 부사장이 됐다. 최씨는 부하직원을 시켜 유전자 검사장비 두 대를 빼내가기도 했다. 셀지노믹스는 이 사건 직후 경영기반이 붕괴돼 2009년 폐업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3부는 이직한 한 직원의 제보로 수사를 시작했다. 대기업 자회사에 대표로 있던 김씨는 수사가 시작되자 문제의 Y사 대표로 슬쩍 자리를 옮겼다. 꼬리 자르기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김씨와 최모씨를 업무상 배임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또 유전자 검사장비 두 대를 몰래 훔쳐낸 김모씨를 절도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셀지노믹스의 2대주주 박모씨는 "셀지노믹스의 회사가치가 200여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으나 회사가 엉망이 됐고 사장은 폐인이 됐다"고 말했다. 검찰에 기소된 김씨는 "검찰이 수사 중인 사항이라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