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미얀마의 '한·중·일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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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는 '외국환 증명서(foreign exchange certificate)'라는 게 통용된다. 미얀마 중앙은행이 달러의 외부 반출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었다. 은행 계좌에서 100달러를 찾으려 하면 실제 달러 대신 100달러 가치를 갖고 있는 종이 문서를 내 준다. 김창규 미얀마포스코 법인장은 "미얀마 진출 기업의 최대 고민은 번 돈을 고국으로 송금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라고 했다.
투자 여건이 워낙 열악해 해외 자본은 그동안 미얀마를 외면해 왔다. 미얀마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도 큰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예외였다. 미얀마투자위원회에 따르면 최대 투자국은 홍콩을 포함한 중국(123억달러)이다. 당장 위험이 있더라도 자원부국(富國) 미얀마의 미래를 보고 '베팅'을 아끼지 않은 셈이다. 한국의 투자액은 2억달러에 불과하다. 미얀마뿐만 아니라 중국은 일찌감치 이머징 마켓에 주목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폴란드의 교역 대상 1위가 중국이다. 한국은 이들 나라에서 각각 14위,10위에 처져 있다. 인도네시아에선 중국과 일본이 각각 2,3위인 데 비해 한국은 6위다. 브라질,멕시코,칠레 등 미국의 텃밭에서도 중국은 근소한 차로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신흥 시장에 눈을 돌렸다. 미쓰비시 등 종합상사들은 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해 현지 정 · 재계 인사들과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 일본 자동차 업체 7개사의 제조공장이 가동 중인 태국에선 현지인들이 스스로를 '제2의 일본'이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중국과 일본의 해외 진출은 역사적으로도 꽤 오랜 연원을 갖고 있다. 일본은 도쿠가와 막부 초기(16세기 말)에 샴(태국),루손(필리핀 북부 섬) 등 동남아시아 일대에 무역선을 보내고 현지에 정착하기도 했다. 명나라 영락제는 환관 정화를 책임자로 한 사절단을 1405~1433년 7차례에 걸쳐 동남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 보냈다. 반면 한국의 신흥 시장 진출은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만큼 달러가 풍부하지도 않고,일본만큼 경험이 많지도 않다. "중국,일본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정책 발굴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박동휘 양곤/산업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
투자 여건이 워낙 열악해 해외 자본은 그동안 미얀마를 외면해 왔다. 미얀마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도 큰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예외였다. 미얀마투자위원회에 따르면 최대 투자국은 홍콩을 포함한 중국(123억달러)이다. 당장 위험이 있더라도 자원부국(富國) 미얀마의 미래를 보고 '베팅'을 아끼지 않은 셈이다. 한국의 투자액은 2억달러에 불과하다. 미얀마뿐만 아니라 중국은 일찌감치 이머징 마켓에 주목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폴란드의 교역 대상 1위가 중국이다. 한국은 이들 나라에서 각각 14위,10위에 처져 있다. 인도네시아에선 중국과 일본이 각각 2,3위인 데 비해 한국은 6위다. 브라질,멕시코,칠레 등 미국의 텃밭에서도 중국은 근소한 차로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신흥 시장에 눈을 돌렸다. 미쓰비시 등 종합상사들은 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해 현지 정 · 재계 인사들과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 일본 자동차 업체 7개사의 제조공장이 가동 중인 태국에선 현지인들이 스스로를 '제2의 일본'이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중국과 일본의 해외 진출은 역사적으로도 꽤 오랜 연원을 갖고 있다. 일본은 도쿠가와 막부 초기(16세기 말)에 샴(태국),루손(필리핀 북부 섬) 등 동남아시아 일대에 무역선을 보내고 현지에 정착하기도 했다. 명나라 영락제는 환관 정화를 책임자로 한 사절단을 1405~1433년 7차례에 걸쳐 동남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 보냈다. 반면 한국의 신흥 시장 진출은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만큼 달러가 풍부하지도 않고,일본만큼 경험이 많지도 않다. "중국,일본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정책 발굴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박동휘 양곤/산업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