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경제 자신감, 印尼·터키보다 낮아

● 한경·입소스 분석

"경제상태 좋다" 39%…24개국 중 13위 그쳐
"정부정책 불신 결과"
한국인들이 다른 주요국 국민들에 비해 현재 경제상태와 향후 경제전망에 대한 자신감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입소스와 한국경제신문이 함께 조사 · 분석한 '세계 경제동향 인식조사'에 따르면 현재 자국의 경제상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응답 비율이 조사대상 24개국 중 한국은 13위에 그쳤다. 특히 한국은 최근 4년간 경제현황에 대한 긍정적 시각 비율이 단 한 차례도 40%를 넘지 못할 정도로 경제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체감 성적'이 낮다. ◆경제현황 긍정비율 평균 밑돌아

입소스 실사 결과 지난해 말 현재 한국 경제에 대해 '매우 좋다'거나 '좋은 편'이라고 응답한 한국 국민들의 비율은 39%로 나타났다. 글로벌 전체 평균 41%에 못 미친다.

이는 이번 동시 조사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한 인도(87%)나 사우디아라비아(81%)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호주 · 스웨덴(75%), 중국(72%),독일(63%), 브라질 · 캐나다(62%) 등 최근 경제 발전이 두드러진 국가들과도 23~36%포인트의 큰 격차를 보였다. 한국은 대표적인 개발도상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51%),인도네시아(48%),터키(41%)에도 뒤처졌다. 한국보다 순위가 뒤진 국가들은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변방국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단 6%의 국민들만 자국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헝가리가 24개 조사대상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스페인(7%),프랑스(12%),영국(13%),이탈리아(14%),폴란드(28%),벨기에(31%) 등 유럽국가들은 재정위기 우려로 경제현황에 대한 불만이 컸다. 오랫동안 성장이 정체된 일본(9%)과 경제위기에서 완전히 탈출하지 못한 미국(19%)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앞으로 6개월 후 경제상황에 대한 전망에서도 한국은 25%만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봐 24개국 평균(27%)을 밑돌았다. 6개월 후 전망에선 조사대상 중 11위로 하위권을 간신히 면했지만 브라질(78%),인도(61%), 사우디아라비아(47%),중국(44%),아르헨티나(43%) 등과의 격차는 매우 컸다. 멕시코(36%) 인도네시아(30%)와도 5%포인트 이상 큰 차이를 보였다.

다만 지난달 경제상황에서는 긍정적인 답변 비율이 전달에 비해 2%포인트 오르며 소폭이나마 개선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이 역시 월간 개선수준이 최상위권인 남아공(10%포인트)과 멕시코(5%포인트)는 물론 재정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이탈리아,벨기에(3%포인트)나 최근 경제활력이 크게 줄어든 일본(3%포인트)보다도 뒤졌다. ◆안정감 잃은 정책과 정부의 소통부재 탓

이처럼 현재의 경제상황과 미래의 경제전망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평가가 좋지 않은 이유로 전문가들은 △경기 부침이 심했던 최근 경제 경험 △정부의 안정감 잃은 정책 △소통부재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표학길 서울대 국가경쟁력연구센터 소장은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가 큰 부침을 겪은데다 최근 부동산 가격과 전셋값,물가 불안정 등이 이어졌지만 정부는 안정감 있는 정책을 내놓지 못해 국민들의 평가가 박하게 매겨진 것 같다"며 "중산층과 중소기업의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는 임시방편적인 직접 시장개입만 반복하면서 국민들이 정책에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도 "경제수준에 대한 국민의 기대수준은 높고 평등의식이 강한 상황에서 정부는 국민과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정책신뢰도가 낮아지고 정부에 대한 불만도 커진 게 반영된 듯하다"고 분석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 세계 경제동향 인식조사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프랑스의 입소스가 주요 24개 국가별로 500~1000명을 대상으로 매달 실시하는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