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입자가 집주인 행세 '전세금 먹튀'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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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 위조·중개업소까지 차려서울 역삼동 A단지 세입자 이모씨는 지난달 집주인으로부터 아파트를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넉 달 전 2억7000만원에 계약한 최모씨가 집주인이 아닌 월세입자였던 것이다. 계약 전 등기부등본 주민등록증 등으로 확인했지만 사기전과 5범인 최씨가 위조한 서류에 속았다. 최씨는 공인중개업소까지 차린 후 월세 물건을 전세로 놓고 전세금을 가로채는 수법으로 20명에게서 30억원을 빼앗은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밝혀졌다.
계약 때 공과금 영수증 등 확인
인감 맡기면 임대인도 60% 책임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전세 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에 따라 국토해양부는 23일 '전세사기 주의보'를 내리고 사기유형,임대인 · 임차인 유의사항을 홈페이지(www.mltm.go.kr)에 게시했다. ◆집주인으로 속여 전세 계약
국토부가 소개한 사기 유형 중에는 월세입자가 신분증을 위조,집주인처럼 행세하며 전세계약을 맺고 전세금을 가로채는 수법이 가장 많다. 최근 강남지역 고가아파트를 월세로 빌리며 계약 때 알게 된 집주인 인적사항에 자신들의 사진을 붙여 집주인인 것처럼 전세를 놔 보증금을 받아 가로챈 사례도 여기에 해당한다.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계약을 위임받은 중개업자나 건물 관리인이 집주인에게는 월세를 준 것처럼 꾸미고 실제론 전세를 줘 중간에 차익을 유용하는 수법,무자격자가 신분증을 위조해 중개업자 등록을 한 뒤 한 집에 대해 전세계약을 여러 건 맺고 잠적하는 사례도 있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집주인들에게 사기주의 안내문 등을 보내고, 각 지방자치단체엔 대책을 마련해 시행토록 공문을 시달했다. 공인중개사협회에도 공인중개사 자격증이나 중개업등록증이 대여되지 않도록 단속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임차인,집주인 여부 확인해야
국토부는 전세 관련 사기 대부분은 위조 신분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임차인들은 중개업자와 거래 상대방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를 반드시 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개업자 신원은 해당 시 · 군 · 구청 중개업무 담당 부서를 통하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집주인의 경우 신분증을 건물공과금 영수증,등기권리증 등과 비교한다. 집주인의 이웃 등을 통해서도 확인한다.
대리인과 계약을 맺을 땐 소유자에게 위임 여부, 계약 조건 등을 직접 물어보고 위임장 위 · 변조 여부도 살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사기꾼들은 사기를 목적으로 집을 거래하기 때문에 하자 및 소음 여부 등 전셋집에 대한 상세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아 이 부분을 집중 질문하면 어느 정도 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임대인에게 60% 이상 책임
건물 관리를 맡은 관리인이 전세 보증금을 빼돌리는 사기 사건은 임대인에게 상당한 책임이 돌아간다. 관리인에게 인감과 증명서를 내주고 계약과 전 · 월세 보증금 등의 관리를 모두 맡기면 사기 사건을 유발할 공산이 매우 크다. 판례에 따르면 임대인 책임을 60% 이상으로 산정한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따라서 집주인은 '전 · 월세 계약에 대한 모든 권한과 보증금 · 월세 징수를 맡긴다'는 식으로 위임하면 안된다는 지적이다.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는 수시로 교체하고 월세 및 보증금은 임대인 계좌로 직접 넣도록 한다. 임대차 계약이 월세인지 전세인지를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