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CEO 릴레이 인터뷰①]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 "꿈이 없이는 땀을 흘릴 수 없다"

"워낙 바쁘셔서 부서장들이 결제를 받으려면 날마다 대기해야 할 정도입니다."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57,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에서 '일등주의자'로 유명하다. 마치 전교 1등을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으려는 절박한 고3 수험생 같다. 그는 지금도 북경, 홍콩, 싱가포르, 인도에 이르기까지 불철주야 뛰어다니고 있다.2009년 5월 PCA투신운용에서 우리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부터 그는 스스로를 '일등주의자'로 소개했다. '자산관리시장에서 1등 종합금융투자회사로 도약하겠다'는 게 그의 첫 번째 선언이었다.

'황성호 호'가 여의도 한 가운데서 닻을 올린 지 약 20개월. 지난해 '황성호 호'는 IB(투자은행)부문을 포함해 모두 26개 부문에서 1등을 했다. 트레이딩(Trading) 부문에서 특히 경쟁사들보다 월등한 역량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그의 항해는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올해 50개 사업분야에서 1등 자리에 올라서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최근 회사에 황 사장 직속의 '일등 사무국'이 설치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꿈이 없으면 땀을 흘릴 수 없다"…그래도 부족한 '종합일등'

황 사장은 24일 한국경제신문의 온라인미디어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많은 사업분야에서 업계 1위를 달성하고 있지만, '종합일등'의 모습에는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지수 2000시대를 활짝 열어제친 올해 진정한 1등 금융투자회사가 되기 위해 '일등 긴장감'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한 해 외형적으로 뚜렷한 성장을 이뤄냈으나, 이익창출 면에서 다소 만족스럽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고 평가한 뒤 "올해는 사모펀드(PEF)를 비롯해 혁신적인 금융상품으로 업계내 경쟁력을 더 키워낼 계획"이라고 내비쳤다.또 '종합일등'이 되기 위해 세일즈(Sales) 부문에서 수익성을 크게 늘리고, 개인 시장에서의 오프라인 브로커리지(off-line Brokerage) 점유율을 2%대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펀드, 랩(Wrap) 등 고수익형 상품을 확대하는 동시에 IB와 트레이딩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성해야 한다는 게 황 사장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이런 '일등주의자'에게 '이등 증권사'란 어떤 모습일까.

황 사장은 "고객이 이미 기대하고 있는 수준 정도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이등 회사'"라고 지적했다. 또 "일등이 아닌 상황을 불편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생각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투자증권이 계속해서 고객들에게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부분적인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회사 전체적으로 부족한 부분들을 끊임없이 찾아 개선하고자 한 '일등 긴장감'을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등 회사'라면 고객들이 미리 생각하지 못한 감동과 놀라움을 선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러한 점을 임직원들에게 매번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꿈이 없으면 땀을 흘릴 수 없다'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투자증권의 최고경영자(CEO)가 되면서 이 말을 더 마음 깊이 되새기고 있다고 한다. 그는 "임기내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서 "임직원을 비롯해 모든 고객들에게 앞으로 우리투자증권이 진정한 '1등 금융투자회사'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증시서 위험요인은 '인플레이션'…"혁신적인 IB 하우스 육성으로 극복한다"

황 사장은 올해 한국증시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와 유럽 재정위기의 재부각 가능성을 꼽았다.

그는 그러나 올해 퇴직연금의 본격 도입 등 연기금의 매수 유입과 높은 수준의 기업가치 등으로 우호적인 증시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올해를 '일등 금융투자회사'의 완성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판단했다는 것. 그는 "혁신적인 IB 하우스(Hose)를 육성해 향후 지속 성장이 가능한 사업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 사장은 "올 상반기에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남유럽 5개국의 단기채권 만기가 도래한다"며 "이에 따라 해당 국가들의 소버린 리스크가 재부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IMF의 구제금융 금액 증액 방안 등 정책적 효과로 실제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에서 "중장기적으로 주식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 과잉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될 경우 시장 친화적이었던 정부정책들이 통화긴축, 세금인상 등의 긴축 스탠스로 돌아서는 시점이 빨라질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래도 올해 약 12조원의 연기금 순매수가 예상돼 우호적인 증시환경이 유지되면서 그 영향으로 증권사 고유의 역동적인 자산관리 솔루션이 다른 금융산업보다 우월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황 사장은 판단했다.

그는 "이렇게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는 올해의 증시환경이야말로 우리의 경영목표인 '1등 금융투자회사 완성'을 위한 적기"라며 "이를 위해 올해를 향후 지속 성장이 가능한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세우는 원년으로 정하고 관련 사업들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 사장은 기업공개(IPO), 채권 인수 등 전통적인 IB 사업뿐 아니라 인수ㆍ합병(M&A) 및 자문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계속 주문하고 있다. 또한 거액 자산가들의 자금이동 등에 대비해 PEF, 헤지펀드 등의 선진 IB 기법을 가장 빨리 도입하고 시도, 혁신적인 IB 하우스를 만들겠다는 게 올 한 해 그의 집중 전략이다.

그는 "해외사업은 현지 상황과 동화돼 얼마나 완벽하게 현지화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경쟁사 대비 네트워크 구축에 있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에서는 기존 리테일 브로커리지를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더 확고히 하고, 현지 증권사들과 제휴 및 M&A 등을 통한 신규 비즈니스 진출방안을 계속 모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차후 중국 시장 개방에 대비해 북경에 1월 중 투자자문사를 설립할 예정이며 홍콩, 상해, 싱가포르 등 기존 해외 네트워크와 연계해 관련시장 전체에 대한 토탈 커버리지(Total Coverage) 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인도와 중동 등 신규 진출 지역에서는 최근 성사된 인도 투자펀드 출시와 같이 딜 소싱(Deal Sourcing)에 집중할 계획이다.

◆"덤핑 수수료 등 업계가 자정노력 해야할 때"…"정부도 규제 완화해야"

날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는 업계내 브로커리지, 펀드판매, 랩 판매 등의 수수료 경쟁에 대해서도 황 사장은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또 금융투자회사의 한 단계 높은 발전을 위해선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가 유지돼야 한다는 당부의 말도 남겼다.

그는 "증권업계 안에서 수수료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요즘들어 IB영역에서 리딩회사를 따라잡기 위한 후발주자들의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업계 전체에서 덤핑 수준의 수수료라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황 사장은 이에 대해 "업계 전체적으로 정도를 밟는 자정노력이 필요한 때"라며 "가치있는 서비스를 제공한 뒤 적정한 수준의 수익을 수취하는 것은 모든 비즈니스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고객들에게 '높은 수수료를 내면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도 미래 전략 중 하나다. 그는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광범위한 우리금융그룹 네트워크를 활용해 우량 투자자를 유치하는 등 수수료 경쟁보다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더욱 집중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또 그는 "금융투자회사들이 국내 자본시장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금융투자업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 금융투자산업은 이제 꽃을 피우기 위해 싹을 트고 있는 상황인데 바로 지금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투자자보호가 가능한 범위 안에서 업무범위를 확대하고 과도한 재무건전성 규제 비율도 완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금융투자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합병 등 산업구조 개선이 진행될 수 있는 유인책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정부가 소유 중인 금융투자업자의 민영화, 과세이연 등 금융투자업자들 M&A를 유인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며 "여기에 해외진출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데 이는 해외 국가의 투자정보를 금융투자회사와 함께 공유하고, 국가적 IR 활동에 증권사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