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주식 사는 개미, '괜찮을까'…신용융자 급증

증시의 상승세가 한풀 꺽인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빚을 많이 내 주식을 사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07년에도 빚을 내 주식투자에 나서는 사람이 급증한 뒤 증시가 하락 반전하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주가가 꼭지에 근접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신용거래 융자 잔고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말 6조원에 조금 못미쳤던 증권사들의 신용거래 융자 잔고는 지난 11일 6조원을 돌파하더니 13일 6조1000억원, 17일 6조2000억원, 19일 6조3000억원을 넘어서 20일 기준 6조3243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2007년 7월 3일 기록한 6조4075억원 이후 3년 6개월만에 가장 많은 금액이다. 신용거래 융자 잔고는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나들었던 2007년 6월 26일 7조94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뒤 2008년 '리먼 사태' 전후로 1조원대 초반까지 쪼그라들었고, 2009년부터는 다시 증가세를 보여 왔다.

이처럼 신용거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개인투자자들이 활발하게 주식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개인은 이달 중순 이후 증시에서 매수세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지난 10일 1734억원의 사자 우위를 보이며 올 들어 처음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를 기록한 개인은 21일까지 10거래일 간 2조2834억원어치나 주식을 샀다. 이 중 상당액이 빌린 돈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작년 하반기부터 별다른 조정 없이 상승 랠리를 이어온 증시가 최근 주춤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수를 이끌어 온 외국인의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개인과 달리 외국인은 이달 중순부터 매도로 돌아서, 지난 14일부터 21일까지 6325억원 순매도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신용융자를 통해 주식을 산다는 것은 주가가 너무 싸다고 판단할 때와 상승 추세가 이어진다고 확신할 때인데, 지수가 단기간 너무 오르면서 두 가지 모두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돈을 빌려 주식을 살 때는 아닌것 같다"고 말했다. 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손실이 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증시를 떠받치는 양대 세력인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연기금이 섣불리 추가 매수를 못하고 있는데, 개인의 신용융자가 늘어나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우리 리서치센터는 보수적인 시장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신용거래를 열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고 있어서 고민"이라며 "2007년 지수가 꼭지를 쳤을 때 직접투자와 펀드 같은 간접투자가 동시에 늘어난 경험이 있는데 2011년 현재 간접 상품인 자문형 랩과 직접투자인 신용거래가 동시에 늘고 있는 것은 의미심장하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