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갈팡질팡' 증시…연기금이 구원투수 될까

외국인 투자가가 주간 기준으로 3주째 '팔자'에 나서면서 코스피지수가 장중 다소 엎치락뒤치락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적은 규모지만 꾸준히 '사자'에 나선 연기금이 지수 하방경직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둔화되고 있다. 첫째주(1월3∼7일) 외국인은 1조267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둘째주(99억원 순매도)에 매도 우위로 돌아선 후, 셋째주(4886억원 순매도)에는 매도 규모를 늘렸다. 이날도 오후 2시31분 현재 203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개인투자자가 '사자'에 나서며 이를 받아내고 있지만 매수기조 연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우려되고 있다. 개인으로 집계되는 랩어카운트 상품 주문 덕에 개인 매수 규모가 늘었지만 상품의 특성상 지속성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목표를 제시하고 그 수익률에 도달하면 청산하는 '목표달성형 랩어카운트(스폿 랩)' 출시가 중단됐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혔다. 개인투자자는 첫째주 매도 우위(1조458억원 순매도)를 나타냈으나 둘째주와 셋째주 각각 1조2317억원, 1조516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연기금 매수 동향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연기금은 올 들어 지난 21일까지 매주 '사자'에 나서 총 3193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특히 이날은 외국인이 2000억원 이상 순매도하고 있지만 연기금이 1750억원 이상 순매수하면서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리서치기획팀장은 "외국인의 매수세가 둔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시장의 하방경직성을 높여주는 수급주체는 결국 연기금이 될 것"이라며 "연기금은 장기 관점에서 시장이 하락하면 매수하고 일정 수준 오르면 차익을 실현하는 전략을 펼치기 때문에 코스피지수가 2050선 아래로 내려갈 경우 매수세가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이달 들어 지난 21일까지 연기금의 러브콜을 받은 종목은 1025억원어치를 순매수한 현대중공업이었다.

뒤를 이어 하이닉스, GS, LS, 현대건설, SK, 삼성전자, OCI, 삼성생명, 호남석유, 삼성SDI, 대우인터내셔널, 대한생명, 삼성화재, 한화케미칼, SK케미칼, 대한항공, 고려아연, NHN, 대우건설, 현대산업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58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한 효성을 비롯, 하나금융지주, 삼성증권, 두산인프라코어, 삼성물산, KT, 기아차, 두산중공업, 코오롱인더, LG디스플레이, 현대해상, 신한지주, 삼성테크윈, 롯데쇼핑, 웅진코웨이,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전력, CJ제일제당 등은 매도에 나섰다.이에 대해 유수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연기금이 실적 전망과 저평가 매력이 돋보이는 업종 대표주군을 매수한 반면, 금융주와 증권주 등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종목들은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연기금의 올해 목표비중 등을 고려하면 현 시점에서 꾸준히 매수세가 유입될 전망"이라며 "투자자의 성격이 장기 지향적이고 안정적이라면 '따라 사기' 전략이 일부 유효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민연금은 올해 국내주식 보유비중을 18.0%로 늘릴 계획이다. 작년 12월 말 기준 총 55조590억원의 국내주식(비중 17.0%)을 보유하고 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