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가계부채 구조조정 '발등의 불'

물가안정 위해 금리인상 불가피…고정금리 전환·만기 연장 필요
지난 13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연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작년 11월 이후 2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연초에는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금융시장의 예상을 깨는 것이어서 충격을 주었다. 과거 통례와는 달리 1월에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한국은행이 강력한 물가안정 의지를 보여준 만큼 수개월 이내에 기준금리가 한 차례 더 인상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새해 들어 농수산식품 가격이 급등하는 등 물가 불안정 요소가 계속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가 물가안정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공공요금과 개별 품목 가격의 단기적인 인상 억제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확산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추가적으로 보다 강력한 조치를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리게 되며 가계의 자금 조달 비용과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말 현재 가계대출잔액은 429조원.그 중 주택담보대출이 282조원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90% 이상이 변동금리대출이다. 따라서 기준금리 인상의 충격은 신규대출금리를 즉각 높일 뿐 아니라 통상 3개월 이내에 기존 대출에 대한 금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2010년 6월 노동패널자료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50% 이상이 빚을 지고 있으며 저소득층의 금융비용부담이 소득상위층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3배를 넘는 가구도 소득상위층 13%에 비해 저소득층은 43%로 나타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저소득층의 부채증가 부담이 훨씬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한국은행은 연 5.25%였던 기준금리를 연 2%까지 낮췄으며 이는 당시의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였다. 문제는 저금리 정책을 너무 오래 지속했다는 것이다.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출구전략'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일부 국가는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 정책당국은 2010년 7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상승시켰을 뿐 그동안 저금리 정책을 유지해 왔던 것이다. 이런 저금리정책은 가계대출을 증가시키는 문제를 초래했고 이로 인해 2003년의 카드사태와 유사한 문제가 향후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던 작년 8 · 29 부동산대책에서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시켜 준 것도 가계대출의 확대를 초래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국내 물가상승률 역시 3%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안정목표를 택하고 있는 한국은행으로서는 향후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향후에도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금리를 올리면 가계부채 부담이 가중되고 소비 확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므로 정책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로 인한 경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강 건너 불이 아니라 이제 목전에 다가왔으며 이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기본적인 방안은 가계대출 확대를 억제하는 것이며,기존 가계대출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즉 변동금리 대출을 가능한 한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시킴으로써 가계의 리스크 부담을 줄이고 대출만기를 연장해주는 대책이 요망된다. 2003년 당시의 카드사태와 같은 불행한 사건의 재발을 막으려면 가계부채의 구조조정에 유념해 상황을 연착륙시키는 것이 문제해결의 핵심이라 하겠다.

조하현 < 연세대 경제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