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들, 물가채·딤섬본드에 베팅

인플레·위안화 절상 겨냥
물가채 1월 822억 판매
딤섬본드도 틈새상품 부상
올 들어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물가연동국채가 고액 자산가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금리가 오를 때는 채권 투자 매력이 줄게 마련이지만 큰손들은 물가채와 위안화 표시채권(일명 딤섬본드) 등 틈새 상품을 찾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채권 소매판매 상위 5개 증권사(대우 · 삼성 · 우리투자 · 한국투자 · 동양종금증권)의 물가채 판매 규모는 이달 1~21일 총 82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한 달간 553억원 팔린 데 비해 3주 만에 48.6% 급증했다. 김도현 한국투자증권 분당PB센터 차장은 "그동안 10년짜리 장기보험에 가입할까 고민하던 50대 고객이 지난주 물가채를 1억원어치 사갔다"며 "물가 상승위험 회피와 금리 변동성을 피하는 데 물가채가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박대호 삼성증권 리테일채권팀 차장도 "물가채는 전체 채권 소매판매의 30~40%를 차지할 만큼 인기 상품"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먼저 알고 찾아오고 투자금액도 최소 1억원에서 많게는 5억~10억원에 달하는 고객이 상당수라는 설명이다.

수요가 늘면서 물가채 가격은 크게 상승(금리는 하락)했다. 작년 6월 발행이 재개될 당시 물가채 금리는 연 2.77%였지만 지난주 새로 발행된 물가채는 연 1.74%로 6개월 새 1.03%포인트 떨어졌다. 금리 기준이 되는 10년 만기 일반 국채와의 수익률 격차도 2.38%포인트에서 2.99%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이는 지난 6개월간 국채 가격보다 물가채 가격의 오름폭이 훨씬 더 컸다는 의미다.

딤섬본드도 큰손들 사이에 위안화 가치 절상에 베팅하는 새 투자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증권이 지난 12~18일 위안화 채권 등에 투자하는 신탁계정으로 300억원을 끌어모으면서 관심이 커졌다. 최근 딤섬채권투자 사모펀드를 선보인 삼성자산운용의 김경일 상품개발팀장은 "공모펀드는 아직 무리지만 증권사 PB센터를 통해 큰손들의 문의가 잇따라 사모펀드 설정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대우 · 한화증권도 딤섬본드 투자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지성구 한화증권 리테일채권팀장은 "딤섬본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금리 인상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한 만기 5년 이상의 장기 카드채와 지역개발채 등도 큰손들의 인기상품으로 꼽힌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행한 토지주택채권은 공사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사자' 주문이 부쩍 늘었다. 토지주택채권은 이자소득 과세 기준이 되는 표면금리가 낮아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