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로저스 인터뷰 "모든 상품 가격 버블 근처에도 안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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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자연스런 조정 과정"금값은 그동안 많이 올랐기 때문에 쉴 때가 됐습니다. 조정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처럼 쉬어가는 과정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금값이 향후 10년 내 온스(약 28.35g)당 200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
10년내 온스당 2000弗 돌파
위안화 절상 수년간 지속
올해 최고 투자자산 될 것
농산물 가격 올해도 강세
상품투자의 대가로 유명한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69 · 사진)은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이메일 인터뷰에서 "보유하고 있던 금을 하나도 팔지 않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투자의 세계에서 장기간 강세를 보인 자산의 가격 하락은 언제나 반복되는 현상"이라며 "조정이 없는 '안전자산'이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에 대해선 "더 이상 이머징 국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금값 조정 오히려 늦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선물 가격은 이달 3일(현지시간) 온스당 1422.9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이후 내림세로 돌아서 지난 21일엔 1341.0달러까지 떨어졌다. 약 3주 만에 최고치 대비 5.75% 급락한 것이다. 2009년 10월 1000달러 선 돌파 이후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던 금값이 단기간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상승추세가 꺾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로저스 회장은 "장기적으로 금값은 상승하겠지만 그동안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단기조정이 늦게 찾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가치가 일시적으로 상승하면서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할 수 있어 금값 조정은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원자재 가격 버블(거품) 논란에 대해 그는 "지난 10년간 금값은 6배 가까이 뛰었지만 은(銀)값은 여전히 사상 최고치 대비 40%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모든 상품 가격은 버블 근처에도 못 미친다"고 강조했다. 원자재 시장의 강세가 끝날 때쯤엔 버블이 나타날 수 있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로저스 회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해 글로벌 긴축을 앞당길 수도 있다"며 "그에 따른 충격은 상품시장보다 주식시장이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품시장은 과거 경험했던 것처럼 원자재 수요가 줄어도 공급이 함께 감소하며 가격 강세를 뒷받침할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통화가치가 하락할 때 유동성은 실물자산으로 흘러들게 마련"이라며 "지난해 채권시장에 유입됐던 글로벌 유동성도 올해는 상품시장으로 옮겨올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이머징 아닌 선진시장로저스 회장은 증시 전망과 관련해 지난해 '한국을 포함한' 이머징(신흥국) 증시의 상대적 강세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한국은 이머징마켓이 아니다(Korea is not an EM!)"고 잘라 말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가장 번창한 선진국가"라고 평가한 그는 "한국을 아직도 신흥국으로 분류하는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투자에 성공하기는커녕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정확히 모른다"고 비판했다.
로저스 회장은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일부 주식은 강세를 보일 수 있지만 기대 수익률은 원자재가 더 높을 것"이라며 투자를 늘릴 것을 조언했다. 특히 지난해 강세를 보인 농산물 가격이 올해도 강세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최고 투자자산으로는 중국 위안화를 꼽았다. 중국 경제가 장기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앞으로 수년간 위안화 절상이 지속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는 "올해 중국에 투자하고 싶다면 원자재와 위안화의 비중을 늘리는 게 효과적인 전략"이라며 "중국 증시에 대해서는 특별히 전망을 갖고 있지 않지만 주가가 급락한다면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원화도 지난해보다는 높은 변동성을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남북한 통일이 이뤄질 경우 절상폭은 더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
◆ 짐 로저스는 퀀텀펀드 공동설립…3365% 수익률 신화, 상품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는 1969년 27세 때 조지 소로스와 퀀텀펀드를 공동 설립했다. 11년간 3365%의 경이로운 수익률을 올려 일약 스타 펀드매니저로 떠올랐다. 1980년 돌연 은퇴를 선언한 뒤 야인생활을 하다 1990년 BMW 오토바이를 몰고 세계를 일주했다. 이 경험을 책으로 옮긴 '월가의 전설 세계를 가다'로 다시 전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1998년 미국 증시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릴 때 원자재 상품에 투자할 것을 주장했고,이후 닷컴버블 붕괴로 증시가 폭락하는 동안 원자재 값이 급등하면서 '상품투자의 귀재'란 명성을 얻었다.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투자 아이디어를 발굴,'월가의 인디아나 존스'로 불린다. 일찌감치 중국의 부상을 예견해 2007년 싱가포르로 이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