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시설 복합 활용 방안] 도로 건설하고 남는 공간에 민간빌딩 가능

신정동 '차량기지+빌딩' 첫 적용
필요한 토지 매입…재원부담 줄어
보상 기다린 지주, 부분매입 반발
일본 오사카(大阪) 우메다(梅田)지구 게이트타워빌딩.5~7층에는 오사카 도심부와 이케다(池田)시를 연결하는 한신(阪神)고속도로가 지난다. 이 도로는 인근 아사히신문 건물 4~5층도 관통한다. 고가도로가 건물을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함으로써 토지 효율성을 높인 사례다.

서울시가 24일 도시계획시설 부지를 복합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운영 기준을 마련함에 따라 서울지역에도 일본과 비슷한 형태의 개발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는 한정된 토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데다 건물 형태를 다양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가도로 지나는 오피스빌딩 짓는다

서울시가 마련한 도시계획시설 부지의 복합 활용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2개 이상의 도시계획시설을 수직이나 수평으로 같은 땅에 지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공공청사를 지하와 지상 일부층에 넣고,층수를 더 올려 생기는 공간에 도서관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민간인들이 갖고 있는 토지나 건축물 일부 공간에 도시계획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된다. 상업용 건물 한가운데를 지하철 도로 철도 등이 관통하는 설계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철도 공공청사 등의 도시계획시설을 설치하고 남는 공간에는 일반 건축물을 허용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지하철 차량기지 건설 후 잔여 부지에 아파트나 업무용 빌딩을 짓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복합개발 방안은 현재 서울시가 추진 중인 신정동 276 일대 신정차량기지에 처음 적용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신정차량기지 철로 상부에 인공대지를 조성하는 한편 남은 부지에 최고 34층짜리 업무용 빌딩 3개동과 지상 9층의 스포츠 · 종합판매시설용 복합건물 등 4개동을 짓는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 · 민간 윈윈 효과"

서울시는 복합개발 방안이 활성화되면 도시계획시설 설치 때 필요한 땅만 사들일 수 있어 토지 보상비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동안 고가도로를 건설하려면 고가 밑 토지까지 모두 매수해야 했으나 앞으로는 고가도로가 지나는 지상권에 대한 보상만 해도 된다"며 "예산 절약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도시계획시설 부지에는 해당 용도 시설 외의 건축물을 함께 설치할 수 없도록 금지해 자투리 땅의 활용도를 높이기 어려웠으나 앞으로는 다양한 개발 기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서울 시내에서 토지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도시계획시설 부지는 1509곳으로,보상비는 공시지가 기준으로 7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서울시는 추산하고 있다.

민간에서도 도시계획시설 설치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서울시 측은 설명했다. 도로 철도 등의 시설을 설치하고 남은 공간이나 부지를 최대한 활용, 건축물을 지을 수 있어 토지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다만 민간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하수종말처리장,폐기물처리장 등 혐오시설로 분류되는 도시계획시설 부지에는 이 같은 복합개발 방안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고가도로 건설 등을 위해 토지에 대한 지상권만 보상할 경우 적정 보상금액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 도시계획시설

도시 발전과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도시계획에 따라 고시한 도로 광장 주차장 자동차정류장 철도 하천 공원 운동장 도서관 학교 등 53개 시설.도시계획시설로 고시한 땅에는 시설을 설치하는 데 지장을 받지 않도록 건물 신축이나 공작물 설치를 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