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리더에게 듣는다] 정의석 신한투자 리서치센터장 "정부 금융시장 통제가 증시 복병"

남유럽 재정 위기도 변수
덜오른 종목 '키 맞추기' 지속
"남유럽 재정위기와 정부의 금융시장 통제(레귤레이션)가 상반기 증시흐름을 좌우할 2대 변수가 될 것으로 봅니다. 올해 증시는 상반기에 이 같은 변수가 불거질 때마다 짧게 가격조정을 받다가 하반기가 되면 상승곡선을 타는 '상저하고(上低下高)형'이 될 전망입니다. "

정의석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51 · 사진)은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증시를 이같이 전망하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반기를 '하반기에 대비하는 기간'으로 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정 센터장은 증권가에서 '미스터 쓴소리'로 유명하다. 그가 작성한 '이무기가 돼 버린 용에 대한 보고서'(1997년) '명품주식들에 대한 보고서'(2006년) 등 이른바 '까칠한' 리포트들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면서 스타 애널리스트로 떠올랐다. '미스터 쓴소리'답게 정 센터장은 증권가의 장밋빛 전망에 일침을 가했다. 올해 상장기업 영업이익률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일각에서 한국 주식가치의 재평가(리레이팅)가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무차별적인 상승 전망을 내놓는 데 대해 "궁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주식시장이 중 · 장기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데는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여러 변수로 인해 상반기 중 1~2개월씩 나타날 조정이 투자자들에게 고통스러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조정은 상반기 1~2차례 정도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증시 2대 변수 중 남유럽 재정위기와 관련,정 센터장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시장에서 너무 빨리 잊혀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남유럽 국가 국채 가운데 900억유로어치의 만기가 오는 3월에 집중돼 있어 지급불능을 선언하는 나라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 센터장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은 시장 전반에,금융감독당국의 행정지도는 은행주 등 개별 종목 주가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거나 조만간 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보이는 인도 인도네시아에서 외국인들이 최근 적극적으로 차익을 실현했다"며 "한국에서도 상반기에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6차례 금리를 올린 인도는 이달 말께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도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조만간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 센터장은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격언이 있지만 지금은 숲을 보는 것 때문에 좋은 나무 찾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강세 때문에 잘 모르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지만 정보기술(IT) 업종 내에서도 꼼꼼히 따져보면 실적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이 많다는 얘기다.

그는 "덜 주목받던 업종 · 종목의 주가가 다른 업종 · 종목과 균형을 맞추는 수익률 역전현상(return reversal)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IT주 가운데 소외받던 삼성테크윈이 21,24일 이틀간 연속 반등한 것도 올해 전반에 거쳐 나타날 수익률 역전현상의 한 예"라고 설명했다.

글=송종현/사진=김영우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