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1조 후순위채 괜찮나" 불안 확산

파산시 변제순위 뒤로 밀려
투자금 대부분 회수 불가능
삼화 인수 경쟁에 3곳 참여
저축은행이 발행한 후순위채권에 투자했던 사람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로 금융당국발(發)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다른 저축은행의 후순위채 투자자들도 '혹시나'하는 불안에 떨고 있다. 후순위채 투자자들은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을 인수할 회사가 해당 채무를 떠안지 않을 경우 투자금을 대부분 돌려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삼화저축은행 입찰에는 우리 신한 하나 등 3개 금융지주회사가 참여할 예정이다.


◆"문제 없다더니…"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1층 로비에 삼화저축은행 고객 30여명이 몰려와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경비원들과 몸싸움까지 벌인 이들은 "후순위채를 발행한 지 1년여 만에 영업정지될 저축은행에 후순위채 공모를 허가해준 감독당국은 아무런 책임이 없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부분은 삼화저축은행이 2009년 6,12월에 발행한 후순위채(총 255억원)에 투자한 사람들이었다.

후순위채 공모 당시 삼화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2009년 6월 말)은 8.73%로 감독기준(5%)을 웃돌았다. 하지만 최근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지면서 드러난 2010년 6월 말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42%였다. 1년 만에 급락한 것이다.

퇴직금으로 받은 1억3000만원을 후순위채에 투자한 김모씨(68)는 "공모 당시 은행 창구에선 문제가 없다고만 했다"며 "매달 70여만원의 이자를 받아 노후 생활자금으로 써왔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탄했다. 감독당국의 책임을 성토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았다. 4000만원을 후순위채에 넣은 강모씨(74 · 여)는 삼화저축은행이 발행한 광고 전단지를 가방에서 꺼내 보였다. '8.30% 이자를 매달 넣어준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삼화가 부실을 숨겼는지 모르지만 그런 것도 감독하라고 이곳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라며 눈물을 훔쳤다.

◆저축은행,후순위채 1조원

후순위채 문제는 향후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추가로 영업정지에 나설 경우 투자자들의 피해는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2007년 7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저축은행들이 발행한 후순위채는 9714억원에 달한다. 특히 2009 회계연도엔 20개 저축은행이 5038억원의 후순위채를 집중 발행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이 커지면서 저축은행들이 앞다퉈 후순위채를 공모했다"며 "연 8%대의 높은 이자율로 고객을 무분별하게 끌어들인 대가를 함께 치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2월 중순 이뤄질 저축은행들의 작년 말 기준 결산 공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화저축은행처럼 1년 사이에 자기자본비율이 급격히 악화된 곳은 추가로 영업정지를 당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후순위채의 만기는 보통 5년이어서 투자자들은 거래 금융회사의 부실 징후가 뚜렷해도 투자금을 회수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삼화 인수 3파전 예상영업정지를 당한 삼화저축은행 인수전에는 금융지주사 3곳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25일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하는 입찰에 참여키로 했다. 신한금융지주도 LOI 제출을 검토 중이다.

예보는 LOI 접수 뒤 실사에 참여할 대상자들에 3주간 실사 기회를 줄 예정이다. 인수자가 직접 저축은행을 설립해 자산과 부채를 떠안는 자산 · 부채 이전(P&A) 방식으로 오는 3월 중 매각을 완료할 방침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후순위채

부도나 파산 시 변제 순위가 우선주나 보통주보다는 앞서지만 일반 채권에 뒤진다. 기업이나 금융회사가 발행한 채권 중에서는 위험도가 가장 높다. 국제결제은행(BIS)은 만기가 5년 이상인 후순위채권을 '보완적 자기자본'으로 인정하고 있어 저축은행들은 자본 확충을 위해 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