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리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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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가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내쫓기다시피 독립했을 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00달러였다. 세계 언론은 생존 자체가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국토는 작고 자원은 없는 데다 부패 정도는 교통 사고로 응급치료를 받으려 해도 뇌물을 내야 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랬던 곳이 반세기가 채 안된 2009년 1인당 GDP 3만7293달러,세계 178개국 중 부패인식지수(청렴도) 1위인 나라가 됐다. 깨끗하고 질서정연하며 무엇보다예측 가능한 나라로 꼽힌다. 동남아의 금융과 물류 중심지요,투명성과 국가경쟁력에서도 세계 선두를 달린다. 리콴유(李光耀 · 87) 전(前) 총리는 이런 싱가포르 발전의 일등공신이다.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 법대를 나온 뒤 1950년 귀국했다. 54년 인민행동당을 창당,59년 총선에서 승리해 영연방 싱가포르 자치령 총리가 됐다. 63년 말레이시아연방 발족 당시 싱가포르 주총리가 됐고,65년 8월 싱가포르 독립 이후 초대 총리로 취임했다.
1990년 11월 물러난 뒤 선임장관을 거쳐 현재 2004년 8월 총리에 오른 장남 리센룽 옆에서 멘토장관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재임 내내 부정부패 방지와 경제 성장에 총력을 기울였다. 산업단지를 건설,외국기업과 투자자에게 5~10년간 법인세를 면제해주고 치안과 교육,의료 부문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 외국기업이 싱가포르로 몰려오도록 만들었다. 종족 갈등 완화를 위해 '국가사랑' 교육을 실시하고,주택문제 해결에 앞장섰다.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싱가포르 기적의 주역이란 게 대부분이지만 나라를 기숙사처럼 다스린 독재자란 평도 있다. 무단횡단 50달러(이하 싱가포르화),쓰레기 투기 · 침 뱉기 · 금연지역 흡연 1000달러 등 과중한 벌금과 태형 등을 매긴 데다 30년 이상 장기집권을 한 까닭이다.
어쨌거나 그가 사후 자신의 집을 국가 성지로 지정하지 말고 허물라고 했다는 소식이다. 낡아서 보존 유지에 돈이 많이 드는 데다 성지가 되면 주위 사람들이 고도 제한 등 불이익을 당할 것이란 이유다. 집을 없애라고 한 것보다 100년 넘은 집에서 70년이나 살았다는 게 더 놀랍다.
공부를 그저 입신양명(立身揚名), 곧 벼슬자리에 올라 재산을 모으고 명예를 얻는 길로 여기는 이들이 보면 뭐라고 할까. 부끄러워하긴커녕 '그 땅에 빌딩 지으면 자식 재산이 몇 배로 불어나겠다'며 수군대려나.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이랬던 곳이 반세기가 채 안된 2009년 1인당 GDP 3만7293달러,세계 178개국 중 부패인식지수(청렴도) 1위인 나라가 됐다. 깨끗하고 질서정연하며 무엇보다예측 가능한 나라로 꼽힌다. 동남아의 금융과 물류 중심지요,투명성과 국가경쟁력에서도 세계 선두를 달린다. 리콴유(李光耀 · 87) 전(前) 총리는 이런 싱가포르 발전의 일등공신이다.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 법대를 나온 뒤 1950년 귀국했다. 54년 인민행동당을 창당,59년 총선에서 승리해 영연방 싱가포르 자치령 총리가 됐다. 63년 말레이시아연방 발족 당시 싱가포르 주총리가 됐고,65년 8월 싱가포르 독립 이후 초대 총리로 취임했다.
1990년 11월 물러난 뒤 선임장관을 거쳐 현재 2004년 8월 총리에 오른 장남 리센룽 옆에서 멘토장관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재임 내내 부정부패 방지와 경제 성장에 총력을 기울였다. 산업단지를 건설,외국기업과 투자자에게 5~10년간 법인세를 면제해주고 치안과 교육,의료 부문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 외국기업이 싱가포르로 몰려오도록 만들었다. 종족 갈등 완화를 위해 '국가사랑' 교육을 실시하고,주택문제 해결에 앞장섰다.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싱가포르 기적의 주역이란 게 대부분이지만 나라를 기숙사처럼 다스린 독재자란 평도 있다. 무단횡단 50달러(이하 싱가포르화),쓰레기 투기 · 침 뱉기 · 금연지역 흡연 1000달러 등 과중한 벌금과 태형 등을 매긴 데다 30년 이상 장기집권을 한 까닭이다.
어쨌거나 그가 사후 자신의 집을 국가 성지로 지정하지 말고 허물라고 했다는 소식이다. 낡아서 보존 유지에 돈이 많이 드는 데다 성지가 되면 주위 사람들이 고도 제한 등 불이익을 당할 것이란 이유다. 집을 없애라고 한 것보다 100년 넘은 집에서 70년이나 살았다는 게 더 놀랍다.
공부를 그저 입신양명(立身揚名), 곧 벼슬자리에 올라 재산을 모으고 명예를 얻는 길로 여기는 이들이 보면 뭐라고 할까. 부끄러워하긴커녕 '그 땅에 빌딩 지으면 자식 재산이 몇 배로 불어나겠다'며 수군대려나.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