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작품은 끊임없이 탐구해야 할 클래식의 聖典"

바흐 앨범으로 1, 2위 석권 피아니스트 디너스틴

2007년 '골드베르크…'로 스타덤
올해는 '이상한 아름다움' 내놔
슈베르트 곡 담은 음반도 구상

피아니스트 시모나 디너스틴에게 바흐는 각별하다. 2007년 무명의 연주자였던 그를 스타덤에 올린 앨범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자비를 털어 제작한 이 음반은 발매 첫주 미국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에 올랐고 뉴욕타임스,LA타임스 등의 '올해 최고 앨범'에 뽑혀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 내놓은 메이저 음반사(소니 클래시컬) 데뷔 앨범 '바흐:이상한 아름다움(A strange beauty)'에도 바흐의 작품을 수록했다. 이 음반은 현재 미국 아마존의 클래식 부분 음반 판매 순위 1위에 랭크 돼있다. 그의 전작인'골드베르크 변주곡'도 덩달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바흐는 연주할 때나 감상할 때나 늘 좋아하는 작곡가"라며 "그의 작품은 끊임없이 탐구해야 할 엄청난 성전"이라고 말했다. "이번 음반 제목을 '이상한 아름다움'이라고 한 것은 바흐의 다른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서예요. 우리는 종종 바흐를 엄격한 규칙과 수학적인 정확성을 지닌 음악가로 생각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바흐에게 강렬하게 끌렸던 것은 그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그의 패턴에서 벗어난다는 것이죠."

바흐의 '변칙적인 센박(downbeat)'과 예상치 못한 하모니,독특한 프레이징 등이 그를 새로운 영감의 세계로 이끈다는 것이다. 새 앨범에는 '건반 협주곡 1번과 5번''영국모음곡 3번''주 예수여,당신을 소리쳐 부르나이다''자,기뻐하라 사랑스런 주의 성도들이여''예수,인간 소망의 기쁨' 등을 담았다.

"이번에도 바흐 작품의 다른 면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다른 형태로 해석된 그의 음악을 연주하려고 했죠.'주 예수여,당신을 소리쳐 부르나이다' 등은 원래 성악곡이며 칸타타 형식으로 시작됐지만 바흐에 의해 오르간 연주 형태의 즉흥곡으로 바뀌었어요. 20세기 이후 피아니스트들이 이 작품들을 피아노 연주곡으로 다시 편곡했죠.즉 원본에서 두 번이나 바뀐 겁니다. '건반 협주곡'도 사실 다른 악기를 위해 작곡됐죠.'영국모음곡'도 원래 협주곡 형태로 쓰였습니다. "그는 건반만의 연주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협주곡을 연주할 땐 유기적인 움직임을 느끼도록 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홀로 연주할 때는 미묘한 변화를 유려한 감성과 함께 특유의 리듬과 프레이징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교향악단과는 이 작업이 무척 힘들었다는 것.

"하지만 이번에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와의 작업은 매우 훌륭했어요. 우리는 정말로 완벽한 호흡을 이뤘죠."

그는 워싱턴 케네디센터,런던 위그모어홀,모스틀리 모차르트 페스티벌,아스펜 페스티벌 등 세계 유수 무대와 음악 축제에서 꾸준히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 2007년에 발매한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의 유명세 덕분이다. "음반을 만든다는 것은 돈이 많이 드는 일이지만 저는 그때 비즈니스로 녹음을 시작하지 않았어요. 이미 제 연주를 만족스럽게 들었던 친구들이 저만의 해석이 담긴 음악을 녹음하는데 적극적으로 도와줬죠.'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상업적인 성공은 제 상상을 뛰어넘는 일이었어요. 이후 저에게 수많은 기회가 생겼죠.이번 음반 발매를 포함해서요. "

현재 슈베르트와 슈만 작품 연주에 집중하고 있다는 그는 "두 작곡가의 음악 세계에 굉장한 친밀감을 느끼고 있다"며 "다음 앨범은 바흐와 함께 슈베르트의 곡을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싱어송라이터 티프트 메릿과의 보기 드문 연주회도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